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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용 칼럼] 의료산업은 진입장벽과 의료수가 규제가 문제다

[김영용 칼럼] 의료산업은 진입장벽과 의료수가 규제가 문제다

기사승인 2023. 10. 1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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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의료산업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당면 과제가 되었다. 의과대학 진학 희망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흉부외과와 소아청소년과 등 상당수 분야의 의료 인력 부족으로 진료와 치료를 할 수 없는 시점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인지한 정부도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크게 늘리는 계획을 마련하는 등 대책 마련에 애쓰고 있다.

소득이 높아지면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도 커져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 따라서 의료산업 문제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공급 문제로 귀결된다.

의료 서비스의 공급 문제는 면허제라는 진입장벽과 의료수가(醫療酬價) 규제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먼저 면허제(licensure)에서는 등록제(registration)나 인증제(certification)에서와는 달리, 면허증(license)이 있어야 특정 직업에 종사할 수 있다. 그런데 의사나 약사 등이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는 실제로 경험해 봐도 그 질적 수준을 잘 알기 어려운 신뢰재(credence good)이다. 따라서 면허제는 의료인과 소비자 간의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말미암아 수준 낮은 실력이나 거짓 행위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국가가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들에게만 허용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의료인 면허제도에는 분명히 타당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면허제도가 의료산업에 종사하려는 사람들의 수를 제한하는 진입장벽이 된다는 것이다. 즉 의료 서비스의 공급을 줄이는 것이다. 혹자는 자동차 운전면허처럼 도로에서 운전을 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사람들에게는 모두 면허증을 발급하듯이 의료인 면허제도를 운영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반론을 제기할 것이다.

그런데 자동차 운전면허제에서는 내가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서 도로 정체 문제를 제외하면, 다른 사람의 운전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운전면허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져도 서로 불평을 하지 않고 분쟁도 없다. 그러나 의료인 수가 늘어나 의료 서비스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내려간다. 더구나 의료 서비스는 사람들의 건강 및 생명과 직결되므로 가격 변화에 대해 수요량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 가격이 내려가면(올라가면) 의료인들의 총수입이 줄어든다(늘어난다). 또한 소득이 올라가면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 가격이 올라간다. 그래서 의료인 공급이 적을수록 의료 서비스 가격이 크게 올라가고 이들의 총수입은 늘어난다.

바로 이 점이 의료인들이 공급을 줄이려는 유인으로 작용한다. 우선 의대 졸업생들이 치르는 시험에서 합격자 수를 줄임으로써 의료인 공급을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의대를 졸업한 사람들을 의료업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동업자 세계에서는 꺼려지는 일이다. 더 좋은 방법은 의대 신설과 입학생 정원 확대를 막아 공급 증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이처럼 전문인에 대한 면허제도가 시행되면, 그것은 기득권자들의 유인에 따라 공급을 제한하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또한 현행 건강보험 급여 항목의 의료수가 규제가 특정 분야의 의료인 공급을 줄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흉부외과나 소아청소년과 등에 지원하는 전공의가 소수에 불과한 것은, 건강보험에 의해 수가가 제한되어 있어 장래에 성숙한 의사로서 자신이 마땅히 받아야 할 수입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공의들의 판단에서다. 반면에 건강보험의 비급여 항목이 많아 수가를 높게 받을 수 있는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에 전공의가 몰리는 것은 그와는 반대 이유에서다. 이와 같이 의료 서비스 공급은 면허제도와 수가 규제에 의해 제약되고 있다.

다음으로 건강보험은 보험 재정이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에 따른 비용을 감당할 수 있어야 유지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보험 급여 항목을 늘리는 것은 항상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실태를 보면, 정치권은 건강보험 재정이 튼튼해 보이면 급여 항목과 급여액을 늘려왔고, 보험 재정에 적신호가 켜지면 보험료를 올리는 악순환으로 일관해 왔기 때문이다.

또한 건강보험료는 일단 납부하면 병원에 가든 가지 않든 되찾을 수 없는 매몰 비용이다. 그리고 보험 가입자들이 병원을 방문할 때 본인이 부담하는 비용은 아주 적다. 따라서 이들은 경증 질환이더라도 병원에 가려는 유인을 갖게 되고, 그 결과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즉각 늘어나 건강보험의 부담도 커진다. 한 사람이 하루에 여러 차례 병원을 방문하는 사례들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경증 질환에 대해서는 본인이 전부 또는 거의 대부분을 부담하도록 하고, 중증 질환에 대해서는 보험제도의 취지를 살려 건강보험이 상당 부분을 부담하는 방향으로 개편한다면 수가 자율화에 따른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아울러 외국인에 대한 보험 급여 조건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의료산업의 온전한 작동을 위해서는 면허제에 따른 진입장벽과 건강보험 수가 문제를 중심에 두고,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면허제는 유지하더라도, 의대 설립과 입학 정원, 그리고 수가 자유화는 필수적이다. 의료시장이 자유화되면 지방 의료인 부족 문제는 공급 증가로 점차 해결되고, 공급이 더욱 증가하면 의료인들의 수입이 감소해 의료산업에 진입할 유인을 떨어뜨리므로 의대 쏠림 현상도 사라진다. 그리하여 한국 사회의 적정 의료인 수는 의료 서비스 시장에서 결정된다. 물론 의료시장 자유화는 이해 당사자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런 난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머지않아 한국의 의료 서비스의 양은 줄어들고 질은 낮아지는 결과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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