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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현 칼럼] 중대재해법, 중소기업엔 더 유예해야

[전삼현 칼럼] 중대재해법, 중소기업엔 더 유예해야

기사승인 2023. 11. 0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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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중대재해법이 처음 시행된 지난해 중대재해로 사망한 근로자 수가 법 시행 이전인 2021년보다 39명(5.7%) 감소했다고 한다. 외견상 기대했던 수치는 아니지만 법 폐지나 전면 개정을 논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39명이라는 숫자와 중대재해법 시행 효과 간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살펴보면 평가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법 적용을 받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오히려 사망자 수가 8명 증가했으나 미적용 대상이었던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47명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올해 공식 통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건설 현장의 사망자 수가 여전히 이 법의 실효성에 의문 부호를 달고 있다. 금년 1분기 사망자 수는 작년 1분기와 동일했고, 2분기는 전년 대비 19명 증가했으며, 3분기에도 2명이 더 증가했다는 것이 그것이다.

종합해 보면 중대재해법 2년, 기대보다는 실망이 큰 것이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네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각 사업장이 중대재해 예방 노력보다 최고경영자(CEO) 책임회피에 치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둘째, 이 기간에 대형사고가 집중되어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셋째, 경기회복에 따라 기업활동이 증가해서 양적으로 사망 건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넷째, 중대재해 사건에 대해 사법부가 사업주 등의 처벌을 지연해 사업장에서 긴장감이 둔화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중에서 둘째와 셋째 이유는 외생적 변수이기에 법 개정의 논거가 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첫째와 넷째 이유는 법 개정 필요성 논란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우선, 첫째 이유인 사업주 등(CEO 포함)의 책임회피에 치중한다는 점과 관련해서는 형사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과 오히려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 대립되고 있다.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과 관련한 사업주 등에 대해 우리 산업안전보건법은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산업재해에 대해 징역형을 부과하고 있는 영국(2년 이하 금고), 일본(6개월 이하 징역) 등에 비하면 훨씬 엄격한 것이다. 여기에 추가로 중대재해법도 시행되어 산재 사망사고 시 사업주 등은 1년 이상, 무기징역까지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 중대재해법의 모델인 영국 기업과실치사법도 법인에게만 벌금을 과하고 사업주 등 개인에게는 형사처벌하지 않는 점과 비교해 보면 산업재해에 대한 형사처벌치고는 전 세계적으로 너무 가혹한 것이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중대재해 예방보다는 형사처벌을 면하는 데 더 많은 자본과 노력을 투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형사처벌을 완화하면 사업주가 예방에 더 많은 자본과 노력을 투입할 것이라는 견해가 더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입법론적으로는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조치를 한 경우에 사업주 등의 형사처벌을 감경하거나 면제해 준다는 규정의 신설이 필요하다.

그리고 넷째 이유인 사법부가 처벌을 지연함에 따라 사업장에서 긴장감이 둔화되어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는 것과 관련해, 이는 사법개혁 등과 같은 거대한 담론의 논거는 될 수 있다. 그러나 중대재해법 개정의 직접적인 논거가 되기는 어렵다.

다만 이를 중대재해법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제기라고 본다면 최근 제기된 법개정 논란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도 내년 1월 말부터는 이 법을 적용받게 된다. 이에 대해 법적용을 유예해야 한다는 정부와 여당의 입장과 법 실효성 확보를 위해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는 야당의 입장이 대립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법상 안전조치의 등의 의무가 과도해 중소기업이 이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만큼 2년 이상 법 적용을 유예하려 하고 있다. 반면에 야당은 50인 미만 사업장이라고 법적용을 더 유예하는 경우 사고예방효과와 처벌의 강제력이 약화되는 등 법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 수는 48만6551개로, 전체(156만3172개) 31.1%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50인 이상 사업장에 비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압도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법 적용을 3개월도 채 안 남은 상황에서도 이들 사업장 대부분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 채 무방비 상태로 있다는 조사 결과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과 연동되어 있는데 이러한 법상 안전조치 의무가 1000개가 넘는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운이 나쁘거나 과실로 직원이 사망하면 산안법은 물론이고, 더 엄한 중대재해법상의 처벌도 받아야 하는 한계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감당할 능력이 없음에도 법이 국민에게 과도한 의무를 강요한다면 이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는 법률인 것이다. 규제방법이 적절하지 못하거나 행위에 비해 과도한 규제를 가하는 것을 방지하는 비례성 원칙에 위반된다는 의미다. 심지어는 국민의 자유나 권리를 제한해서 얻는 공익보다 사익의 침해가 더 큰 법익균형성 원칙에도 위반될 수 있다. 중소기업 붕괴로 인한 다수의 일자리 소멸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실효성 없는 막연한 기대에 의존하기보다는 산업재해도 감소시키고 중소기업의 생존과 일자리도 유지하는 구체적인 대안 제시가 필요해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을 2년 이상 유예하고 이 기간에 중소기업들이 감당할 수 있는 안전 조치의무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전면 개정을 감행해야 할 것이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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