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30건, 전년보다 증가
700억 횡령 원인, 문서관리 지침 위반·자점검사 소홀도
"임종룡 회장 강조해온 조직쇄신·윤리경영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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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우리은행에서 직장 내 성희롱이나 괴롭힘, 폭언 등으로 적발돼 내부 징계를 받은 건수가 50건을 훌쩍 넘었다. 5대 은행 중 임직원 징계가 가장 적었던 신한은행의 10배다. 다른 은행도 내부 징계가 십수건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우리은행 임직원들의 비위행태가 만연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우리은행에서 불거진 잇단 횡령사고의 원인이 됐던 내부통제 부실 관련 징계도 여러건 있었고, 라임펀드사태 등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로 인한 내부 징계도 경쟁은행보다 많았다.
올해는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취임하면서 조직문화 쇄신과 윤리경영을 강조해왔다. 그럼에도 오히려 올해가 지난해보다 임직원 징계 건수가 더 많았다. 임 회장의 윤리경영 선언이 공염불에 그쳤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임직원 내부 징계현황 및 사유'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51건의 임직원 징계가 이뤄지면서 5대 은행 중 내부 징계가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하나은행(17건), 국민은행(16건), 농협은행(12건) 순이었다. 반면 신한은행은 2년간 5건의 내부 징계에 그쳐 이들 은행 중 임직원 비위행위가 가장 적었다. 우리은행에서 지난 2년간 임직원들의 비위행위로 이뤄진 내부 징계가 신한은행보다 10배 이상 많았다는 얘기다.
연도별로 봐도 우리은행은 올해 비위 임직원들이 징계건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21건이었지만, 올해는 10월까지 30건이었다. 경쟁은행들이 지난해보다 올해 내부징계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와는 다른 모습이다.
지난 3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취임하면서 조직문화 쇄신과 윤리경영에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우리은행의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임 회장은 "분열과 반목의 정서, 낡고 답답한 업무관행, 불투명하고 공정하지 못한 인사 등 음지 문화는 이제 반드시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징계사유를 봐도 KB국민, 신한, 하나, 농협은행은 성희롱과 괴롭힘, 복무자세 불량 등이 주를 이뤘다. 우리은행은 이에 더해 라임펀드 등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 불건전영업행위, 근무기강 저해 및 문란행위, 여신심사 및 채권보전 소홀, 과도한 투자행위 및 직원간 사적금전대차, 거래처 통장 임의 보관 등 은행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비위도 많았다.
이 뿐만 아니라 우리은행에서 700억원대 횡령사고가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도 알 수 있다. 징계 사유 중에선 직원관찰감독 소홀 및 자점검사 소홀, 시재관리 소홀, 문서관리지침 위반 등이 있었는데, 이는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 횡령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던 사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지난해 700억원 횡령사고가 발생한 이후 강도 높은 내부 검사를 진행하고 문제가 있는 임직원 비위에 대해서 징계를 실시하면서 징계 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른 은행에선 드러나지 않은 시재검사 소홀과 직원관찰감독 소홀, 자점검사 소홀, 문서관리지침 위반 등이 적발된 것은 그동안 우리은행 내부통제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편 임종룡 회장은 지난달 20일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 16명과 함께 윤리경영 준수 서약식을 실시한 데 이어, 그룹 임직원 윤리경영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이날 임 회장은 "윤리경영 정착은 중요과제로 선정하고, 임직원이 준수해야 할 윤리강령과 행동기준 재정립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며 "우리의 발목을 잡았던 금융사고를 반면교사 삼아 CEO들이 솔선수범해서 윤리경영 문화를 완성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700억원 횡령사고에 이어 올해도 우리은행에서 두 차례 횡령이 발생했고, 우리금융저축은행에서도 직원의 횡령사고가 발생해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또 최근 우리은행이 파생상품 거래에서 1000억원 규모의 평가손실을 낸 사실도 드러나면서 임 회장이 강조해온 윤리경영이 공염불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