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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기회] 기반 세우고 몸집 불리고…‘M&A 승부사’ 김승연 회장

[위기는 기회] 기반 세우고 몸집 불리고…‘M&A 승부사’ 김승연 회장

기사승인 2023. 11.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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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3분기 당기순이익 흑자전환
존폐위기 기업 매입해 성공궤도 올려
석유화학·보험·태양광 등 합병 추진
K-방산 선도…창업 정신·신의 강조
김승연 그래픽 수정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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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총수로서 40여년 간 수차례의 위기 속에서 발휘한 해법은 철저한 계산 속 과감한 행동이었다. 존폐위기의 기업을 주변의 반대를 뚫고 인수해 오늘날 한화의 기반을 담당하는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그룹의 영역을 기존 화약 및 방위산업에서 석유화학, 유통, 레저로 확장했다.

◇ 취임 직후부터 시작한 M&A가 한화 기반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9169억원, 영업이익 74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95.3% 증가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흑자전환했다. 무려 12개 분기만의 흑자이다.

한화오션의 실적이 특히 주목되는 이유는 지난 5월 한화그룹으로 인수된 후 나온 첫 완전한 분기 실적이기 때문이다. 한화는 앞서 2008년 대우조선해양 시절 인수를 추진하다 올해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이를 마무리 지었다. 재수 끝에 완료한 한화오션 인수가 성공적인 출발을 알린 셈이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조선업이 초호황기에 접어든 면도 작용했지만 한화의 역사를 보면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인수해 성공궤도에 올려놓은 사례가 다수 눈에 띈다.

김 회장은 회장 취임부터 M&A로 승부를 봤다. 1981년 김 회장이 2대 한화 회장으로 취임한 후 첫 번째 그룹의 주요 M&A로는 한양화학 및 한국다우케미칼 경영권 인수가 꼽힌다.

1982년 한양화학과 한국다우케미칼(한화솔루션 케미칼, 첨단소재 부문)의 적자는 각 75억원, 430억원이었다. 그룹 내 경영진들은 김 회장의 인수 추진에 반대하는 분위기였지만 김 회장은 석유화학의 장래가 어둡지 않으며, 국제 경기도 회복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인수 단 1년 만에 김 회장은 이 회사들을 흑자 기업으로 전환시켰다.

40년도 더 지난 지금도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은 그룹의 주력 기업이자 석유화학 분야의 선봉장이다.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고꾸라진 외환 위기에서도 김 회장은 사업 확장을 계획한다. 당시 한화그룹은 구조조정으로 계열사 수를 37개에서 17개로 줄인 대신, 여유자금이 1조원 정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인수한 회사가 대한생명(현 한화생명)이다. 당시 대한생명은 금융감독원의 특별감사를 받고 있었던 데다가 누적결손금이 3조원에 이르렀다.

붕괴 직전의 회사를 인수했기에 조직과 경영을 안정시키는 데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2002년 인수 완료 후 김 회장은 당시 맡고 있던 계열사 대표이사직을 모두 내려놓고 무보수로 대한생명 대표이사만 전념하기로 한다. 대한생명은 한화 인수 6년 만에 이익 창출 기업으로 전환하고, 2012년에는 한화생명으로 사명을 변경한다. 그리고 2021년에는 127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우량 보험사로 성장한다.

◇ 한화 태양광·방산…진화하는 창업 정신
여러 위기마다 특단의 조치로 고비를 넘겼던 김 회장은 올해 들어 다시 '창업'을 언급했다. 지금을 불확실성의 시대, 매 순간 거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인식하면서다. 김 회장은 지난달 창립기념사를 통해 "다시금 창업의 시대를 떠올리는 것은 쉼 없이 역동하는 한화의 길에 '창업 시대의 야성'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의 창업정신은 그룹에 지속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2012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화는 독일의 태양광 기업 큐셀을 인수했다. 당시는 파산한 회사로 한화가 인수했을 때는 약 635억원의 영업적자와 공장 가동률은 20~30%에 불과했다. 국내 역시 태양광 시장 업황은 좋지 않았다. 기업들은 관련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 중이었다. 그러나 김 회장은 2014년 이후부터 관련 산업이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인수를 결정했다.

현재 한화큐셀은 미국 주요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조지아주에 구축 중인 태양광 생산기지 '솔라 허브'가 2024년부터 가동되면 한화큐셀의 미국 시장 내 위상은 더욱 높아질 예정이다.

또한 2014년에는 모태 산업 중 하나였던 방산 역량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삼성그룹의 방산기업인 삼성테크윈,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탈레스 등 방산 기업을 1조9000억원에 인수했으며, 이후 그룹 내부 중복 사업을 과감히 합쳐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항공엔진·항공산업), 한화디펜스(방산무기), 한화시스템(IT·방산), 한화정밀기계(정밀·공작기계), 한화파워시스템(에너지), 한화테크윈(시큐리티) 등의 방위사업체를 꾸렸다.

가장 최근에는 한화오션 인수로 '한국판 록히드마틴'을 탄생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동관 부회장이 현장 경영을 통해 방산사업 전체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 위기 해결 중심에는 신의
김 회장은 M&A의 성공 조건 중 하나가 구성원들의 화합으로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대한생명 인수 직후에도 김 회장은 조직문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고객중심'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최근 김 회장은 창립기념사를 통해 "한화정신, 한화의 DNA는 포용과 관용을 근간으로 '함께 멀리'를 지향한다"면서 "각자의 배경을 넘어 서로의 장점을 통합해 더 나은 조직문화를 창조하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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