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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포비아’에 정비사업 너도나도 ‘손사래’

‘공사비 포비아’에 정비사업 너도나도 ‘손사래’

기사승인 2023. 11. 2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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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건설사 정비사업 수주액 '뚝'
올 3분기까지 11조 수주…작년 절반 수준
원자잿값·인건비 뛰자 수주 소극적
여의도 등 알짜 사업지도 계약해지·무응찰
"내년 수주 환경 더 악화…도심 공급 부족 우려"
건설업계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등
'공사비 포비아(공포증)'로 건설업계의 정비사업 수주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 여파로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건설사들이 재건축·재개발 수주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다. 정비사업 일감 확보를 위해 쟁탈전을 펼쳤던 예전 행보와는 극명한 온도 차다.

이런 가운데 시공사가 이미 정해진 사업지에선 공사비 증액을 두고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이 격화하거나 새 시공사 입찰 과정에선 단독 응찰 혹은 무응찰에 따른 유찰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올해 대형 건설사들의 정비사업 수주 실적이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쳐 향후 도심 주택 공급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누적 수주액은 총 11조770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6조6596억원에 달하는 수주고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던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성적이다.

건설 자잿값·노임 인상에 따른 건설 공사비 상승 등으로 주택사업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점이 영향을 끼쳤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53.67로 조사됐다. 이 지수는 △2020년 119.87 △2021년 136.83 △2022년 148.47로 최근 몇 년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렇다 보니 공사비 증액 과정에서 시공사와 조합 간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아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또 시장에서 '노른자' 입지라는 평가를 받아 수주 경쟁이 예상됐던 사업지에선 무응찰 혹은 단독 응찰에 따른 유찰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는 지난 25일 토지 등 소유자 전체 회의를 통해 GS건설과의 시공계약을 해지했다. GS건설은 지난 1월 3.3㎡당 공사비를 약 650만원, 공사 기간을 48개월로 제시하며 시공사로 선정됐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공권을 박탈당한 셈이다. 상계주공5단지 비상대책위원회가 공사비가 높고 공사 기간이 길다는 점을 들어 반발한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치열한 수주 경쟁이 벌어질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건설사들이 아예 시공권 확보에 나서지 않는 사업지도 있다.

지난 20일까지 진행된 서울 동작구 노량진1구역 시공사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이 사업지는 노량진뉴타운에서 사업 규모(2992가구)가 가장 크고 역세권에 위치해 재개발 '대어'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뜻밖의 결과라는 대체적인 시각이다. 앞서 지난 9월 이뤄진 노량진1구역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이앤씨, 현대엔지니어링, 호반건설, 금호건설 등 7개사가 참여하기도 했다.

서울 서남권 대표 '노른자' 입지로 꼽히는 여의도에서도 단독 응찰 사례가 나왔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공작아파트 재건축 사업시행자 KB부동산신탁은 지난 20일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감했다. 그 결과 대우건설이 단독 입찰하면서 최종 유찰됐다. 지난 9월 1차 입찰에서도 단독 응찰한 대우건설은 이로써 수의계약 자격을 얻게 됐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제29조(계약의 방법 및 시공자 선정)에 따르면 정비사업 시공사를 선정할 경우 한 곳의 건설사만 입찰에 참여하면 유찰된다. 만약 시공사 선정 입찰이 2회 이상 유찰되면 조합은 단독 응찰한 건설사와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

단독 응찰 사례는 올해 들어 도시정비사업 시장에서 흔한 일이 됐다. 올해 상반기 시공사를 선정한 전국 도시정비사업지 120곳 중 88%에 달하는 105곳은 2차 단독 응찰에 따른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 계약을 체결했다. 공사비 급증으로 마진(수익성) 기대가 어려운 만큼 과도한 비용 지출이 예상되는 수주 경쟁을 피하겠다는 시공사들의 의도로 풀이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지를 경쟁 없이 수주하더라도 공사비로 급증으로 인해 사업에 차질을 겪는 경우가 잦다"며 "하물며 조합에 상대 시공사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야 하는 수주 경쟁을 무릅쓸 만큼 업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당분간 정비사업 수주 환경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공사비 급증과 고금리 기조에 따른 건설사들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이자 부담 증가 등이 맞물리면서 내년엔 수주 환경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도심 주택 공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정비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향후 수급(수요와 공급) 불균형 심화로 집값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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