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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응환 칼럼] 2030 부산 엑스포 무산과 유성룡의 징비록(懲毖錄)

[오응환 칼럼] 2030 부산 엑스포 무산과 유성룡의 징비록(懲毖錄)

기사승인 2023. 11. 3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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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응환 객원논설위원
지난 28일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 173회 국제박람회기구(BIE)총회 결과 대한민국 부산은 165개 회원국 중 119표를 얻은 사우디 리야드에 90표 차이로 져 유치에 실패했다. 윤대통령은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며 머리를 숙였지만 밤잠을 설치며 혹시 하는 마음으로 개표 결과를 지켜본 부산시민을 포함한 전 국민의 실망감은 크다. 투표 직전까지 사우디와 박빙을 예측하며 결선투표에서 대역전극도  가능할 것 같은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엑스포 유치 실패를 접하며 서애(西厓) 유성룡(柳成龍)이 쓴 징비록(懲毖錄)이 떠오른다. 임진왜란 후 서애(西厓)가 낙향해 있을 때 눈물과 회한으로 전란의 원인과 전황 등을 적은 이 책은 임진왜란 7년여의 생생한 기록이다. 그는 다시는 같은 전란을 겪지 않도록 지난날 있었던 조정의 여러 실책들을 반성하고 앞날을 대비하기 위해 징비록을 저술한 것이다. 이제 엑스포 유치에 최선을 다했던 정부와 민간유치단 등 행사 유치를 위해 노력했던 모든 이가 지난 17개월 간의 경험을 세세히 기록해 실패를 딛고 성공으로 나서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

우선 그간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 정부관계자, 부산시, 민간유치단 그리고 응원을 아끼지 않는 국민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활동 과정상 개선해야 할 사항을 꼼꼼하게 찾아낼 일이다. 

무엇보다 패배 원인을 철저히 찾고 대책을 찾아야겠다. 실패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절대 피해야 할 일은 '책임 회피'다. 이러면 답이 없다. "당신이 이러이러해서 실패했다"가 아닌 "내가 이러이러하게 했어야 했는데 이렇게 하지 못해 실패했다."고 써야 한다. 그래야 같은 실수가 반복 되지 않는다.

필자가 생각하는 유치 실패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회원국에 대한 사우디의 막강한 물량공세와 오일 머니 공세를 이기지 못했다. 사우디는 경제·사회 구조 개혁을 위한 '비전 2030'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엑스포 유치에 올인하며 2030년 엑스포를 위해 78억달러(약 10조 1천억원)를 엑스포에 투자한다고 천명했다. 개별 회원국에도 엄청난 물량공세를 펼쳤다.
이런 사우디의 오일 머니 공세에 우리는 회원국이 물량공세를 이겨낼 가성비가 좋은 대안 제시가 부족했다고 본다. 우리에게 오일은 없지만 전 세계 젊은이를 열광시키는 BTS를 포함한 K팝과 한류 그리고 IT강국, 소프트 파워의 허브역할을 할 자산이 있지 않은가

두 번째는 부정확한 판세 분석에 따른 회원국별 맞춤 전략 부족이다. 정부는 1차 투표에서 사우디의 3분의 2 득표를 저지하고 2차 투표에서 이탈리아의 표를 흡수하면 박빙으로 갈 것으로 예측했으나 결과는 1차 투표 90표차의 패배였다. 사우디의 오일 머니 전략에 개별 회원국가의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그 회원국의 가려운 곳을 찾아내는 노력이 어떠했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그리고 대외 신인도 제고를 위해 이참에 공적개발원조(ODA) 활동을 더욱 강화 했으면 한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셋째 외교력이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을 언론을 통해 접하며 드는 생각은 '아 언제적 왕이인가'다. 오래도록 외교 한 분야를 담당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외교관은 국가를 위해 허가 받은 거짓말쟁이다'라는 말이 있다. 외교관의 힘은 크게 보면 자국의 파워에 비례하겠지만 그 외에도 자신의 전문성과 휴먼 파워도 영향을 줄 것이다. 짧은 기간 직책을 맡아 인적 교류를 하는 외교관과 긴 시간 교류를 이어가는 외교관 중 누구의 휴먼 파워가 강할까. 외교력 탓만 할 게 아니라 강한 외교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길 이 기회에 당부한다.

국제 사회에서 적과 동지는 언제나 변한다.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있을 수 없다. 이제 2030 엑스포 유치에 성공한 사우디에 축하를 보내고 협조를 함으로써 우리의 우군으로 만들어야 한다. 

엑스포 개최를 위한 그간의 활동도 소중한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 윤대통령은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 96개국 정상과 150여 차례 만나고 통화했다. 최태원 민간유치위원장을 포함한 12대 주요그룹은 총 175개국 주요인사 3000여명과 접촉했다. 그동안 정부와 민간이 접촉해 구축한 인적 네크워크를 소중히 관리해서 관계를 더욱 키워나가야 하겠다. 

그리고 20230 엑스포개최 실패를 반성하는 "징비록"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 엑스포 개최 성공을 위한 주도면밀한 발걸음을 옮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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