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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간 싸움으로 번진 ‘공사비 갈등’

기업 간 싸움으로 번진 ‘공사비 갈등’

기사승인 2023. 12. 06.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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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건설, LF그룹에 증액분 지속 요구
물가변동금지특약에 막혀 협상 결렬
쌍용건설, KT현장 유치권 행사 집회
문제해결 못하면 법정공방 가능성도
기업 간 공사비 갈등 사례


원자재 가격·인건비 상승 급등에 따른 '공사비 증액 갈등'이 속출하는 가운데 기업과 기업간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그동안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공사비 증액 갈등은 자칫 국내 굴지의 민간기업 간 법정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기 안양물류센터 재건축 사업을 마친 DL건설 및 협력업체는 발주처인 LF그룹에 400억원 규모 공사비 증액분 지급을 요구하며 집회에 나선 상황이다.

DL건설은 2020년 9월 당시 LF그룹 자회사 코크렙안양과 약 1190억원의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경기 안양 동안구 일대 연면적 9만5474㎡ 부지에 지하 2층~지상 8층 규모의 물류센터를 짓기로 했다.

하지만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하면서 사업성 위기가 커졌다. 콘크리트·구리·철근 등 주요 원자잿값과 인건비가 급등해서다. 게다가 공정 과정에서 발견된 오염토 정화 작업으로 공기가 6개월 이상 지연됐다. 이런 가운데 자재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사업에 필요한 금액 역시 크게 뛰었다는 게 DL건설 측 설명이다.

DL건설은 지난달 24일 준공 후 발주처와 공사비 증액분 지급에 대한 협상을 시작한 상태다. 현재 코크렙안양 본사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DL건설 관계자는 "당사 및 협력사는 막대한 손실을 짊어진 채 하루하루 생존에 대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DL건설의 입장에 발주처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발주처 관계자는 "DL건설과의 계약은 여러 시장 변화를 감안한 조치"라며 "게다가 최근 건설경기 부진에 따른 악조건 역시 고려해 추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적 근거도 없고 계약 내용을 초월한 무리한 요구를 들이민 데다 이를 관철시키려는 시도는 국내 굴지 건설사로서 책임있는 모습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DL건설은 코로나19 확산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은 물가변동금지특약에 해당하지 않는 '천재지변'에 가깝다며 재반박했다.

공사비 증액을 둔 기업 간의 갈등은 또 있다. 쌍용건설은 지난 10월 31일 협력업체 직원들과 KT 판교 신사옥 공사현장에서 KT에 물가인상분이 반영된 공사비 171억원을 요구하는 유치권 행사에 돌입하며 집회를 개최한 바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수 차례 공문을 통해 이를 요구했음에도 KT가 도급계약서상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근거로 거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현장은 쌍용건설이 2020년 당시 967억원 상당의 단독 도급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4월 준공한 곳이다. 하지만 이 현장 역시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위기로 인한 각종 원자잿값 상승·자재 반영 지연 등으로 사업비가 치솟았다. 당분간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기업 간 갈등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KT는 건설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파악한 뒤 자체적인 논의를 가질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쌍용건설은 이번 문제가 해결되지 못할 경우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이런 사례는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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