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등 자회사 CEO, BU장 겸직 형태 운영
협업 중요한 자산관리 매트릭스 재도입
"시너지 위해 구체적 실행방안 수립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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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은 지난해 말 기존 원신한 협업체계였던 매트릭스 제도를 폐지했는데, 내년에는 그룹의 주요 사업영역을 구분한 BU(비즈니스 유닛)체제를 도입키로 했다. 과거 고도화시킨 매트릭스 체제가 라임 등 사모펀드 사태로 문제가 드러나자, 그룹 GIB부문과 글로벌 부문을 제외한 WM·퇴직연금·GMS 부문을 해체했다.
하지만 그룹의 주요 사업영역에서 협업과 시너지가 필요하다고 판단, 자회사 CEO(최고경영자)가 BU장을 맡는 한 단계 발전시킨 BU체제의 조직개편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이는 진옥동 회장이 내년에는 본격적인 그룹의 성장전략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올해는 안정적인 경영체제 구축에 집중했다면 내년부터는 성장가도를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리딩금융그룹 경쟁을 벌이고 있는 KB금융그룹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최근 간담회를 열고 지주 조직개편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3월 신한금융 사령탑을 맡게 된 진옥동 회장의 첫 조직개편이다.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은 BU제 도입이다. 그룹의 주요 사업영역을 세 BU(리테일·중소기업BU/자본시장·대기업BU/보험·자산운용BU)로 구분하고, 사업영역별로 핵심 그룹사 CEO가 지주회사 BU장을 겸직하는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
먼저 리테일·중소기업BU는 신한은행장이 BU장을 맡아, 리테일 고객기반(MZ·시니어)과 SME(중소기업), WM, 퇴직연금 사업라인을 총괄한다. 또 글로벌 전략을 수립하고 그룹사와의 협업을 지원하게 된다.
증권 CEO가 BU장을 맡는 자본시장·대기업BU는 대기업과 자본시장, 부동산, 벤처생태계 등 사업라인을 총괄하고, 기업금융 시너지를 추진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보험·자산운용BU는 생명보험 CEO가 맡아 생보, 손보, 자산운용 사업라인을 총괄하고 관련 시너지를 추진한다. 또 자산운용에 일임·운용하는 보험 LDI(부채연계투자) 관련 유기적인 협업체계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기존 사업부문제인 GIB는 정근수 그룹장(부행장)이 맡아왔는데, 그룹장의 통솔범위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또 신한라이프와 신한캐피탈의 경쟁력 제고 문제도 있었다. 이에 신한금융은 GIB는 채권발행과 유상증자 등의 협력이 중요한 은행·증권 겸직구조만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또 자본시장·대기업BU장이 GIB 관련 주요사항에 대해선 직접 협의체 운영 등을 통해 추진력을 높여가기로 했다.
서승현 그룹장(부행장이)이 맡고 있는 글로벌부문은 규모 측면에선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비은행권 비중이 적어 그룹 계열사간 격차가 컸다. 또 해외 진출지역의 컨플라이언스 문제로 은행 그룹장이 비은행 계열사의 글로벌 임원을 총괄하기에도 부담이 컸다. 이에 신한지주는 글로벌 매트릭스 체제를 해체하고 리테일BU장이 주요사항에 대해선 직접 협의체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자산관리 매트릭스는 다시 도입한다. 자산관리 시장에서 증권업계의 성장세가 높아지고 있는 데다, 은행과 증권의 협업 강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한금융 내부에서도 지난해 DLF(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와 라임 등 사모펀드 사태로 인해 WM부문 매트릭스를 해체한 뒤 자산관리 부문이 약화됐다고 보고 있다. 그룹 자산관리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재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신한금융이 BU제 도입을 통한 조직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2년차를 맞은 진옥동 체제를 보다 공고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한금융은 KB금융과의 실적경쟁에서 멀어지고 있는데다, 하나금융그룹에 바짝 추격당하고 있는 만큼 내년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성장전략을 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BU제가 신한금융의 성장 기반을 다지는데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앞서 2008년 KB금융이 금융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면서 BU제를 도입했는데 별 성과 없이 CEO 교체로 흐지부지 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이 BU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그룹사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 측은 "현재 BU제도 도입 등 조직개편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확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