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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칼럼] 반대로 가는 한·미 가짜뉴스 규제

[박재형 칼럼] 반대로 가는 한·미 가짜뉴스 규제

기사승인 2023. 12. 10.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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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재미 정치학자
미국과 한국 모두 내년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다.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미국의 유권자들은 내년 대통령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한다. 그들이 선거의 공정성과 무결성 훼손 가능성을 우려하는 중심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의 오용과 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소셜미디어의 악용 가능성이 있다.

시카고대 해리스 공공정책대학원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과반수의 미국 유권자(58%)들이 2024년 대선에서 AI의 사용이 잘못된 정보의 확산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답했다. AI 도구에 익숙할수록 AI의 사용이 잘못된 정보의 확산을 심화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응답자 10명 중 8명은 기술 기업, 소셜미디어 기업, 뉴스 미디어, 연방 정부 모두 AI로 인한 허위 정보의 확산을 방지하는 데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의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선거를 앞두고 가장 걱정되는 부분으로 넘쳐나는 가짜뉴스를 꼽았다. 응답자의 63%는 이러한 가짜뉴스가 내년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가짜뉴스의 확산 경로로 소셜미디어(42%), 뉴스미디어(40%)를 지적했다. 뉴스미디어보다 소셜미디어가 가짜뉴스 경로라는 의견이 근소하게 많았다.

미국인들이 이처럼 내년 대선에서 AI 가짜뉴스의 악영향을 우려하는 주된 이유는 학습효과 때문이다. 2021년 1월 대선 결과에 불복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미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폭력 시위를 벌였다. 미국 민주주의에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남은 이 사건의 중심에는 정치적 양극화를 극도로 부추긴 가짜뉴스 또는 가짜뉴스에 의한 정치적 양극화의 극단화 현상이 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러시아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트럼프 당선 공작을 벌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2020년 미국 대선에서는 자신이 패한 것이 부정선거 때문이라며 트럼프와 음모론자들이 계속 생산하는 가짜뉴스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며 사상 초유의 혼란이 벌어졌다. 이제 미국인들은 급속히 발달한 AI 기술을 이용한 가짜뉴스가 초래할 문제를 우려한다.

AI,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하는 소셜미디어는 어떻게 사용하고 누가 통제하느냐에 따라 민주주의를 개선하거나 약화할 수 있다. 현재 구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소수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이러한 통제 권력으로 소수의 이익을 위해 이용자를 감시하고 그들의 행동을 바꾸기 위한 메커니즘은 점점 더 정교해진다.

이 과정에서 시민의 선택은 점점 더 조작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러한 조작의 핵심 대상이 선거다. 현재의 민주주의 제도에서 시민이 정치에 참여할 기회는 몇 년마다 있는 선거 외에는 별달리 없다. 이용자를 감시하고 그의 행동을 바꾸기 위한 메커니즘은 곧 선거에서 유권자의 선택을 목표로 삼는다.

이런 가운데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IT 대기업 메타(Meta)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중국이 가짜뉴스의 원천이 되고 있으며, 챗GPT 등 생성형 AI의 발달로 위협이 더 강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중국의 조직화된 비인증 행동(CIB) 네트워크 중 하나를 막기 위해서만 최근 4780개의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대규모 작업을 실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중국의 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프로필 사진과 이름으로 가짜 계정을 만들고 전 세계 사람들과 친구를 맺고 있다. 이들은 미국인으로 위장해 여러 플랫폼에 같은 가짜뉴스 콘텐츠를 게시하고 이를 확산시킨다.

내년은 미국을 포함해 여러 주요 국가들에서 중요한 선거가 있는 해라는 점에서 중국에 기반을 둔 가짜뉴스 활동이 각국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로 전환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또한 중국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가 유럽 등 각국 여론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페이스북의 가짜뉴스는 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당시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들이 플랫폼 내 여론을 부추기면서 심각한 문제로 부상했다. 그 이후, 메타는 가짜뉴스의 위험성을 엄격히 감시하며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해 소기의 효과를 얻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페이스북, X(옛 트위터) 등 세계적인 대형 소셜미디어들이 가짜뉴스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면서 가짜뉴스 활동 양상이 변화했다는 사실이다. 페이스북, X 등을 이용한 가짜뉴스 확산에 집중하던 이들이 레딧(Reddit), 큐오라(Quora), 미디엄(Medium) 등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으로 활동 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네이버, 다음 등 한국의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 집중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중국인들이 페이스북에서 가짜뉴스로 사이버 여론 조작을 하는 것을 적발해 네트워크를 차단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는 이러한 행위에 대응은커녕 그것을 방관 내지 조장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들에서는 AI 기반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 발달과 사회적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AI 가짜뉴스 생산과 확산의 중심인 포털 등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대응책일 수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네이버와 같은 독점적 디지털 플랫폼의 부정적 기능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 움직임 봉쇄를 위해 갓 취임한 위원장을 탄핵했다. 게다가 새로운 위원장 후보 탄핵 계획도 공공연히 드러낸다.

취임 3개월에 불과한 방통위원장을 법과 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탄핵한 민주당의 의도를 이해하기 어렵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진 정치적으로 편향된 언론 지형, 특히 그 중심인 인터넷 포털 환경을 사수해야 한다는 속셈은 감출 수 없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박재형 재미 정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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