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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준석 전 대표에게 묻는다

[칼럼] 이준석 전 대표에게 묻는다

기사승인 2023. 12. 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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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률 전 국세청장
한상율 전 국세청장
-이준석 전 대표는, "아테네의 배신자 알키비아데스가 되려는가?"

-아니면 "아테네 민주주의의 아버지 클레이스테네스가 되려는가?"

-이준석 전 대표에게 권한다. "이 전 대표는 적어도 30년의 시간이 있다. 때가 오기를 참고 기다리라"

-국민의힘 지도부에게도 당부한다. "미래의 인재를 얻으려면, 지금 사람을 함부로 버리지 말고 참고 기다려야 한다."

필자는 역사가가 아니다. 그리스 전문가도 아니다. 단지 코로나 팬데믹 '덕분에' 지난 4년 반 동안 아테네 역사에 푹 빠져 있었던 사람이다. 그러한 필자에게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최근 행보는 고대 아테네의 한 인물을 머리에 떠올리게 만들었다. 바로 알키이비아데스라는 인물이다.

알키비아데스는 아테네의 명문가에서 태어났고, 최고의 교육을 받고 자라났다. 그리고 아테네의 황금기를 이끈 발군의 정치가 페리클레스의 후원 아래 아테네 정계에 입문한 촉망받는 젊은이였다. 그는 천재였고, 전략가이자 협상가였으며, 용감한 장군이었다. 그리고 군계일학의 미남이었다.

그는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이, 모든 것을 갖춘 인물이었다. 딱 한 가지, 덕(德)이 모자랐다. 그의 이름 앞에 붙일 한 단어를 꼽는다면, 바로 '재승박덕(才勝薄德)'이 딱 어울린다. 편 가르기에 빠진 정적들은 전쟁터에 나가 있는 그를 거짓 선동으로 모함하여 사지에 몰아넣었고, 그는 아테네를 버리고 적국 스파르타로 도망쳐 아테네를 궁지에 빠뜨렸다. 결국 아테네는 전쟁에서 패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멸망했다. 그래서 아테네 사람들은 알키비아데스를 가리켜 "아테네를 멸망의 수렁에 빠뜨린 배반자"라고 부른다.

이에 반해, "아테네 민주주의의 아버지"라는 호칭을 얻은 클레이스테네스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아테네의 참주(僭主, Tyrant) 페이시스트라토스의 36년 독재를 인내와 심려원모(深慮遠謀)로 참고 기다린 끝에 그의 나이 60이 되어서야 겨우 집권에 성공하였다. 그는 36년 인고의 세월 동안 갈고닦아 구상해 두었던 민주개혁을 성공시켜 아테네 민주주의를 정착시켰다.

만약 알키비아데스가 자신의 재주만을 믿고 이상하게 처신하지 않았다면 정적들의 거짓 선동이 시민들에게 먹혀들지 않았을 것이다. 설사, 정적들의 모함을 피해 국외로 망명하였더라도, 아테네를 배반하지 않고 인내로 기다렸더라면 그에게 누란(累卵)의 위기에 처한 아테네를 구할 기회는 틀림없이 찾아왔을 것이다. 그럴 능력이 차고도 넘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우정치(衆愚政治)에 빠진 시민들의 어리석음과 알키비아데스의 경거망동으로 번영을 누리던 민주국가 아테네는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는 군사국가 스파르타에 멸망당했고, 알키비아데스는 "아테네를 멸망시킨 배신자"라는 오명을 얻었다. 너무 안타깝다.

이준석 전 대표에게는 적어도 30년의 시간이 있다. 때가 오기를 참고 기다리라고 권하고 싶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국민들에게도 당부드린다. 10년 묵은 쑥이 아무리 명약이라고 해도, 오늘 쑥을 뜯어서 말리지 않으면 10년 후에 10년 묵은 쑥을 구할 수 없다. 미래의 인재를 얻으려면, 지금 사람을 함부로 버리지 말고 참고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다. 이준석이 10년 후 나라를 구할 명약이 되어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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