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전삼현 칼럼] 재판 지연 문제,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전삼현 칼럼] 재판 지연 문제,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기사승인 2023. 12. 19. 18:02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2023110801000947100052181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지난 14일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는 항소이유서 제출을 민사소송에서도 의무화하는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이 재판지연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빠르면 2025년 1월부터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판 지연은 국민의 삶을 법원에 묶어두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점에서 사회적 비용의 증가와 직결된다. 특히 법원은 국민의 신체적 자유와 재산권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권력기관인 만큼 국민은 철저히 을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신임 조 대법원장이 강조한 재판지연 문제해결 의지는 법원이 대국민 서비스를 제고하겠다는 사법개혁의 의지로 이해된다.

항소이유서 제출 의무화뿐만 아니라 재판 지연과 관련된 쟁점으로는 추가로 법원장 후보추천제와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 폐지 등이 있다. 조 신임 대법원장은 이러한 쟁점들을 지난 15일 개최된 전국법원장 회의에서 논의를 거친 후 본격적으로 개선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항소이유서 제출 의무화는 대다수가 공감하는 쟁점인 만큼 큰 논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민사소송법은 형사소송법과는 달리 항소이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1심 판결에 대해 실질적으로 항소할 의사가 없더라도 판결이 확정되는 것을 지연시키기 위해 일단 항소부터 제기하는 것을 관행화시킨 이유이기도 하다. 전문가도 항소이유서 제출을 의무화한다면 민사재판기간이 최소한 2개월은 단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점을 감안해 보면 이 쟁점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을 듯하다.

그러나 '법원장 후보 추천제',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 폐지' 등의 개선논의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이것은 전임 김명수 대법원장이 새롭게 만들었던 제도라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를 내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것을 법원 내부의 지배구조 개선 과제로 보는 시각이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김 전 대법원장이 법관의 관료화를 막고 법원 조직을 이전보다 민주적·수평적으로 개선한 만큼 이것을 유지해야 한다고 한다. 반면에 이 견해는 그들만의 세상에서 그들의 민주성과 수평성의 가치를 논하는 것이지 공복으로서의 대국민 서비스 제고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분산하고 각급 법원 사법행정의 전문성 및 민주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2018년 처음 도입됐다. 문재인 정부 탄생 직후인 2017년 9월 1일 취임한 김 전 대법원장이 도입한 제도인 것이다.

문제는 법원장 후보추천제 시행 전후를 비교해 보면 도입 후에 재판기일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민사소송의 경우 항소기록을 접수한 뒤 첫 준비서면을 제출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2017년에는 평균 94.8일이었지만 2021년에는 평균 136.6일이었다고 한다. 서류가 접수된 후 첫 재판이 열리는 기간도 2017년 평균 133.5일에서 2021년 평균 189.6일로 늘었다고 한다. 즉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시행되기 전에 비해 후에 재판이 크게 지연된 것이 사실인 것이다.

물론 재판 지연보다는 법원 내부의 지배구조개선이 더 중요하다는 시각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헌법 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주장이다. 우리 헌법 제7조에서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사법행정권을 분산하기보다는 '인기영합주의'에 빠트렸다는 분석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 폐지와 관련한 쟁점 역시 법원장 후보 추천제와 맥락을 같이한다. 고등법원 부장판사들이 법원장 후보가 될 수 있는 자격을 박탈하고 동시에 지방법원 부장판사들이 고등법원의 신임 부장판사가 되는 길도 막았기 때문이다.

이 제도 역시 법원의 관료화를 막기 위해 도입되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효과는 여전히 의문시되고 있다. 왜 고등법원 부장판사만이 관료화되었다고 본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백한 이유는 없어 보인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재판 지연 개선논의를 이런 정치적 관점이나 내부 지배구조 개선 과제로 보는 한, 문제의 해결은 쉽지 않다. 따라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재판 지연 개선 문제는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해법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법원장 후보추천제와 재판지연 간에는 전혀 인과관계가 없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선거로 임명된 법원장이 판사들에게 재판을 독촉할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 든다.

이 문제는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음모론적 접근보다는 재판 지연을 해결해 대국민 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는 관점에서 해결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지난 15일 개최되었던 법원장 회의에서 재판 지연을 해결하기 위해 접수된 지 2년 6개월이 지난 '장기미제사건'을 처리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한다.

어찌 보면 이제 법원의 대국민 서비스제고 관점에서 개선작업이 비로소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법원장 후보추천제나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 폐지제도 역시 이런 관점에서 내부적으로 면밀하게 검토한 후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조만간에 최고의 해법이 제시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