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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물 좋은 온천’은 어디 가지 않았기에

[데스크칼럼] ‘물 좋은 온천’은 어디 가지 않았기에

기사승인 2024. 01. 08.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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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성환 문화부장
"말이 돼? 내력을 알만한 자료가 하나도 없다는 게 말이야!" 새해를 며칠 남겨두지 않았을 무렵이다. 한 선배 기자가 저녁모임 자리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경북 울진 백암온천 얘기다. 사연은 이랬다. 한화리조트 백암온천이 경영악화로 폐업을 예고해 겸사겸사 울진으로 취재를 갔단다. 군청, 문화원 등을 통해 백암온천 일대의 근대(近代) 내력과 기록을 찾았는데 뜻밖에도 "전무했다"는 거다.

백암온천은 유서 깊다. 역사가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오른다. 물까지 좋은 온천이다. 부상당한 사냥꾼이 온천의 효험으로 회복했다는 얘기가 전하고 조선중기 문신 이산해는 '한 표주박 물로도 온갖 병이 낫는다네'라며 '온탕정'이라는 시도 남겼다. 개발이 진행된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까지는 '국민관광지'였다. 대형 온천탕을 갖춘 한화리조트 백암온천이 '플라자 콘도'로 문을 연 것도 이 무렵인 1988년이었다. 그리고 35년만인 지난해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

리조트가 문을 닫는다니 해당 지역에선 난리가 났었다. 관광객을 상대로 음식점, 카페, 숙박업소 등을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오던 상인들은 "우리도 죽는다"며 폐업철회를 요구했다. 군수까지 상경해 리조트 측에 호소했지만 '돈 안 되는 사업'을 무조건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을 터.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소멸이 화두다. 주민들의 절박함도 이해가 간다. 관광객 감소는 지역경제를 위축시킬 것이고 그러면 먹고 사는 일이 힘들어져 동네를 떠나는 주민들이 나올 테고 다시 인구가 줄어들 것이고. 이러니 작은 동네에서 유명 리조트가 사라지는 것은 위협적일 수밖에.

관광객유입에 따른 관광수입 증가가 인구감소지역의 고용을 증대하고 지역생산을 끌어올린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해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도 2020년부터 관광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장기 체류를 목적으로 한 생활관광프로그램, 휴가지 원격근무를 콘셉트로 한 워케이션 사업, 해당 지역 내 숙박, 식음, 입장권 등을 할인해 지역방문을 유도하는 디지털관광주민증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에도 관광단지의 기준을 완화해 인구감소지역에 소규모 관광단지를 수월하게 조성할 수 있도록 하고 지방 관광산업 진흥을 위한 범부처 지원협의체도 운영할 예정이다.

선제적 대응은 반가운 일. 딱 하나만 더 보태자. 내 고장의 보석 같은 관광자원에 대한 '공급자'의 애정! 지난 35년간 리조트만 물끄러미 바라봤던 태도 말고 온천의 잃어버린 '퍼즐' 조각을 찾아 맞추려는 정성스럽고 지극한 노력말이다. 리조트가 문을 닫았지만 '물 좋은 온천'은 어디 가지 않았기에. 내력을 정리하고 스토리를 덧입히고 다양한 루트로 알리려는 진정성이 변화를 이끌고 기적도 부르지 않을까. 아, 선배 기자가 수소문 끝에 손에 넣은 것은 한국으로 여행 왔던 어느 일본인이 2004년 일본에서 출간한 '한국 온천 이야기'라는 책이었다. 잃어버렸던 백암온천의 '역사'를 일본 사람이 쓴 책에서 간신히 찾을 수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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