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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딸들이 대세다!…유통업계에 부는 ‘女風’

K딸들이 대세다!…유통업계에 부는 ‘女風’

기사승인 2024. 01. 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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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오너들, 딸 경영 진출 지원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 대표적
글로벌화로 유교 문화 관념 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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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부터 재벌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보면 그룹의 '회장님'들이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를 고를 때, 아들과 딸을 동일선상에 놓고 똑같이 경쟁 시키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회사는 "아들이 물려받는다"는 일반적인 선입견을 깬 스토리에 많은 이들이 열광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이야기가 더 이상 드라마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유통업계만 봐도 '여풍(女風)'이 거세게 불면서, 재계에 암묵적 기준이었던 장자승계 원칙이 깨지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유통그룹 오너들은 딸들의 경영 진출을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추세다. 이재현 CJ 회장의 첫째 딸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담당 경영리더가 대표적이다.

이 경영리더는 2011년 CJ주식회사 기획팀 대리로 입사했으며, 이후 CJ오쇼핑 상품개발본부 방송기획팀에서 실무 경험을 쌓으며 차근차근 입지를 다져왔다. 2016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CJ 미국지역본부 통합마케팅팀장으로 근무하며 식품·물류·엔터테인먼트 등 북미 사업 전반의 마케팅 전략 수립에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한류 콘서트인 '케이콘'과 식품 사업에서 '비비고 만두'를 흥행시키며 2017년 상무대우, 2018년 상무로 승진했다.

2018년 7월부터는 당시 CJ오쇼핑과 CJ E&M이 합병해 출범한 CJ ENM의 브랜드전략담당을 맡아 '사랑의 불시착'등 여러 콘텐츠를 성공 시키기도 했다. 현재 이 경영리더에 대한 회사 안팎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그가 별다른 잡음 없이 조용히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동시에, 사업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실력을 입증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경영리더는 유명인이라면 대부분 등록돼 있는 포털 사이트 인물정보에도 등록돼 있지 않을 정도로 최대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성래은 영원무역 부회장은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의 세 자녀 중 둘째 딸로, 회사를 이어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일찌감치 '친환경 패션'에 관심을 가졌던 성 부회장은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친환경 소재의 컬렉션을 선보이며, 회사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성 회장은 본업인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이외에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열심이다. 이를 위해 그는 지난 2022년 850억원 규모의 기업형 벤처 캐피털(CVC)을 직접 설립하고, 해외 유망한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을 발굴해 직접 투자 및 유한책임사원(LP) 출자를 단행했다. 이후 영원무역은 친환경 소재와 자동화 기술 기업, 브랜드 등에 선별적 투자를 하고 있다.

창업주인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의 셋째 딸인 박이라 사장은 회사의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아버지의 뒤를 이을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된다. 박 사장은 고물가·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 속에서도 오프라인 매장 맞춤형 운영 전략과 원가 절감,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 등을 선보이며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 작년 매출액은 301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 늘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80% 성장한 334억원으로 집계됐다.

김동녕 한세예스24그룹 회장의 2남 1녀 중 장녀인 김지원 한세엠케이 대표는 IT 기술을 패션에 접목해, 경영 전반에 혁신을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세엠케이가 국내 패션업계 최초로 온라인 옷을 당일 배송해주는 '총알배송 서비스'를 도입한 것과 서점 계열사인 예스24와 협업해 '스타일24'라는 온라인 채널을 확보한 것도 전부 그가 주도해 일군 성과다. 김 대표는 디지털 역량 강화 기조를 이어가는 동시에, 오프라인 체험형 마케팅과 해외 시장 개척에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이사 사장은 윤동한 한국콜마홀딩스 회장의 1남 1녀 중 장녀로, 2020년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해 현재까지 경영 운전대를 잡고 있다. 윤 사장은 올해 좁은 내수에서 해외로 영토를 확장해 실적을 끌어올리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유교 문화권의 영향으로 그간 국내 기업들 대부분이 장자승계 원칙을 따라왔지만, 최근 기업 문화가 '글로벌화'되면서 아들·딸 구분 없이 능력이 되는 사람을 밀어주는 분위기가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고문은 "옛날과 달리 여성들도 교육을 많이 받아 학습, 경영관리, 네트워크 등의 부분에서 남성보다 우월한 경우도 많다"며 "글로벌 트렌드가 1970년대 이후부터 딸의 승계에 대해서 긍정적이었는데, 한국도 이제서야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핏줄은 항상 남성이 이어가는 거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이제는 그러한 관념이 깨진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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