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택시기사 폭행 매년↑…“안전벽 설치 의무화를”

택시기사 폭행 매년↑…“안전벽 설치 의무화를”

기사승인 2024. 01. 22. 17:07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지자체 노력에도, 수요 낮아 한계
서울시, 올해 예산 편성도 못해
KakaoTalk_20240122_103215844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서 탑승한 택시 안에 운전석과 뒷좌석을 분리하는 안전격벽이 설치돼 있다. /박주연기자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뒤에 타고 있던 취객에게 주먹으로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그 일로 고민 끝에 운전석과 뒷좌석을 분리할 안전격벽을 설치했습니다."

22일 오전 10시 30분께 서울 영등포구에서 만난 택시 기사 윤모씨(60·남)가 6개월 전 일을 떠올리며 안전격벽을 설치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개인 택시를 운행한 지 2년 됐다는 윤씨는 "안전격벽을 붙인 이후에도 뒷자리에 탑승한 취객이 발로 차거나 욕설하는 등 6차례나 더 있었다"며 "방탄 소재로 된 튼튼한 제품 덕에 승객이 발로 차도 보호벽이 깨지지 않고, 이후 심적으로 크게 안심돼 안전 위협에 대한 부담도 줄었다"고 했다.

해마다 택시기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늘면서 손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안전격벽을 셀프 설치하는 택시기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손님을 태우고 영업하는 택시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 설치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차량 운행 중인 운전자를 폭행하는 사건은 4261건으로 지난 2018년 2425건에 비해 76% 증가했다.

이 같이 운행 중인 운전자를 폭행하는 사건은 끊이질 않는데 운전자를 보호할 대책은 마땅지 않은 실정이다. 지자체가 예산을 들여 이 같은 보호대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의무사항이 아닌 만큼 낮은 수요 등으로 인해 사업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14년 30대, 2019년 236대, 2021년 439대 등 3차례에 걸쳐 안전격벽 설치 비용을 1대당 최대 10만원까지 시비 보조금을 지원했다. 그러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수요로 반납한 예산만 총 2550여만원에 이르며, 올해는 예산 편성조차 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달리 미국이나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는 기사 좌석 주변으로 보호막 설치가 장착돼 있는 등 앞선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영국은 택시 운전석의 옆자리 의자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시 관계자는 "여성 택시 기사의 경우 보호적벽 설치를 다수 원했지만, 40%가량의 택시 운전자는 안전격벽이 승객에게 위화감을 줄 우려 등의 이유로 설치를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돌발적인 폭행 등의 사고를 줄이기 위해 지난 2020년부터 국토교통부에 안전격벽 설치 의무화의 법령 개정을 건의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택시 운전자와 승객을 분리할 수 있는 보호격벽 설치를 의무화해 택시와 승객 사이에서 발생하는 범죄를 예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재원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안전격벽은 택시를 운행하는 운전자뿐 아니라 승객 또한 보호되는 효과적인 안전 수단"이라며 "한국은 아직 안전격벽을 설치하지 않은 문화로 낯설게 느껴지는 것일 뿐 설치를 의무화해 범죄 예방을 줄여이는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