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진핑 영구 집권 가능성 상당히 농후 걸림돌은 원로그룹 자제들인 태자당 비토 이를 막기 위해 당근과 채찍의 고도 전략 구사
훙얼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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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 정계의 막후 파워그룹인 태자당의 멤버들. 시진핑 주석이 구사하는 타협과 견제 전략의 대상이 되고 있다./홍콩 싱다오르바오(星島日報)
최장 2037년까지 장기 집권을 노린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목표 실현의 유일한 걸림돌인 태자당(원로들 자제 그룹)의 비토를 막기 위해 최근 이들을 대상으로 타협과 견제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게다가 아직까지는 이 고도의 전략이 꽤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처럼 사실상 종신 집권하려는 의지가 진짜 현실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될 듯하다.
중국 권부 정보에 밝은 베이징 소식통들의 24일 전언에 따르면 다소 황당하게 들리는 시 주석의 2037년까지의 집권 시나리오는 현재 법적으로는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 헌법에서 연임 금지 규정이 폐지된 상태인 만큼 2035년까지 대만을 흡수 통일하면서 중국을 G1 국가로 올려놓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면 그가 2027년과 2032년 두 번 더 집권하는 5연임은 이론적으로 진짜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2032년에 79세가 되는 만큼 건강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또 정계의 가장 강력한 잠재적 파워그룹인 태자당의 반발과 은밀한 비토 역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21세기에 80세 전후의 나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굳이 83세 때까지 종신 집권한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의 케이스를 꼽을 필요도 없다. 도널드 트럼프와 조 바이든 전·현직 미국 대통령의 케이스만 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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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주석이 당근을 줄 타협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후진타오 전 주석의 아들 후하이펑 민정부 부부장./홍콩 싱다오르바오.
태자당의 반발과 비토도 극복 가능하다. 이른바 당근과 채찍 전략과 통하는 타협과 견제 행보에 적절하게 나서면 가볍게 돌파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다. 우선 자신의 전임이었던 후진타오(胡錦濤) 전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아들 후하이펑(胡海峰·52) 전 저장(浙江)성 리수이(麗水)시 서기를 승진시킨 케이스를 꼽을 수 있다. 지난 1월 초 민정부 부부장(차관)으로 이동시켜 전임자에 대한 예우를 다하는 모습을 연출하며 일부 태자당 멤버들의 마음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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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펑 전 총리의 아들 리샤오펑 교통운수부 부장.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당근을 받고 있다./홍콩 싱다오르바오.
리펑(李鵬) 전 총리의 아들인 리샤오펑(李小鵬·65) 국무원 교통운수부 부장을 지난해 3월 초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에 해당) 1차 회의에서 연임시킨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리 전 총리 집안이 자신에게 나름 협조적이라는 사실을 감안한 인사로 보인다. 비토 세력에게는 기대하지 않는 지속 지원을 당부하겠다는 메시지가 읽힌다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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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샤오핑의 큰 아들 덩푸팡 중국장애인연합회 전 명예주석. 합성 사진에서 보듯 시진핑 주석의 칼을 맞았다./홍콩 싱다오르바오.
반면 자신에게 비판적인 그룹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칼을 들었다. 대표적으로 덩샤오핑(鄧小平)의 큰아들 덩푸팡(鄧樸方·80) 중국장애인연합회 전 명예주석을 내친 것을 꼽아야 할 것 같다. 공개 편지 등을 통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것에 비분강개, 현직에서 밀어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외에 당정 최고위직을 역임한 예젠잉(葉劍英), 리창춘(李長春), 우방궈(吳邦國), 류윈산(劉雲山) 등 원로들의 상당수 2~3세들 역시 덩 전 명예주석과 처지가 비슷하다. 시 주석으로부터 당근을 줄 타협의 대상이 아닌 견제의 채찍을 맞아야 할 비토 세력으로 찍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 주석의 스타일로 볼 때 앞으로도 처지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