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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인조 속눈썹, 매월 수백만달러어치 중국서 가공돼 한미일·유럽에 수출

북한산 인조 속눈썹, 매월 수백만달러어치 중국서 가공돼 한미일·유럽에 수출

기사승인 2024. 02. 04.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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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북한산 속눈썹 반제품, 중국서 가공, 한미일·유럽에 수출"
"산둥성 핑두 공장서 북한 근로자, 포장 일"
"북한산 가발·속눈썹, 지난해 대중국 수출액의 60%"
"매월 수백만달러, 김정은 정권에 유입"
NORTHKOREA-EYELASHES/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시의 핑두(平度) 지역의 산업 단제 내에 있는 인조 속눈썹 기업의 사무실 모습으로 2023년 11월 16일 찍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북한산 인조 속눈썹 반제품이 북한 근로자들이 일하는 중국에서 가공·포장돼 한국 등 서방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는 업계 관계자·변호사·북한 경제 전문가 등 20명을 인터뷰, 중국 기업이 북한에서 반제품을 수입해 중국산으로 가공·포장해 한국·일본·북미·유럽 등 서방에 수출, 김정은 정권이 국제 제재를 회피해 외화를 벌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 로이터 "북한산 인조 속눈썹 반제품, 중국서 가공, 중국산으로 서방 수출"
"북한산 가발·속눈썹, 지난해 대중국 수출액의 60% 차지"

북한은 오랫동안 마스카라의 번거로움을 피하고, 극적인 외모를 연출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가발·인조 속눈썹과 같은 헤어 제품의 주요 수출국이었는데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북한의 국경 폐쇄로 수출이 급감했다가 2023년 중국 경유 무역 형태로 재개됐다고 로이터는 세관 문서와 업계 관계자 4명을 인용해 설명했다.

중국 해관총서(세관) 데이터에 따르면 북한의 중국에 대한 수출은 국경이 열린 2023년 두배 이상 증가했다.

북한은 지난해 총 1680t의 인조 속눈썹·수염·가발, 약 1억6700억달러어치를 중국에 수출했는데 이 가발과 속눈썹이 대중국 수출 신고액의 거의 60%를 차지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2019년엔 1829t에 3110만달러였는데 가격이 크게 상승해 수출액이 약 5배 이상 늘었다.

북·중가공합작무역회사라는 벤처기업의 북한 공장 대표는 북한 기업이 반완성 속눈썹을 중국으로 보내고, 중국 파트너사가 이를 미국·유럽·일본·한국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NORTHKOREA-EYELASHES/
한 근로자가 2023년 11월 16일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시의 핑두(平度) 지역의 야미(亞米·Monsheery) 제조라인에서 인조 속눈썹을 만들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 "북한산 헤어 제품의 중국 공급망 거점, 산둥성 핑두...북한 근로자, 공장서 포장 일"

업계 관계자들은 북한산 헤어 제품의 중국 내 공급망 핵심 거점은 '속눈썹의 세계 수도'라고 불리는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시의 핑두(平度)이고, 이곳 공장에서 속눈썹을 포장하는 일을 북한 근로자들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브라질·러시아에 헤어 제품을 수출하는 야미(亞米·Monsheery)의 왕팅팅 대표는 품질이 좋은 북한산 제품이 2015년 작은 가족 기업으로 창립된 회사가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중국 공장 관리자 3명에 따르면 중국 업체들은 2000년대 초부터 북한 속눈썹 공장과 협력을 시작했고, 중국 속눈썹 박스 제조업체 칼리가 웹사이트에 게시한 2023년 추정치에 따르면 핑두 속눈썹 공장의 약 80%가 북한에서 원료와 반완성품을 구매하거나 가공하고 있다.

핑두 정부는 인구 약 120만명의 이 도시가 전 세계 인조 속눈썹의 70%를 생산하며 이 속눈썹 재료는 주로 합성 섬유이지만 밍크 털이나 인모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은 2023년 11월 22일 전날 밤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1호'의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사진은 발사 장면 지켜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제재 전문가 "속눈썹 무역 수출 매월 수백만 달러, 김정은 정권 유입"

미국 국무부와 국제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이 북한 주민의 해외 소득의 최대 90%를 압수하는 것으로 추정하는데 속눈썹 수출 이익의 얼마가 김정은 정권에 흘러 들어갔고, 사용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로이터는 밝혔다.

다만 신동찬 제재 전문 변호사는 "북한이 속눈썹 무역을 통해 벌어들이는 매월 수백만 달러가 김정은 정권을 위해 쓰이고 있다고 추정한다"고 했고, 다른 2명의 국제 무역 전문가들도 이에 동의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06년 북한의 핵 실험 이후 석탄·섬유·석유 등의 교역을 제한하고, 해외에서의 북한 근로자 외화벌이를 금지하는 10여개의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이 결의안에 헤어 제품에 대한 직접적인 금지 규정이 없어 북한산 인조 속눈썹 교역이 반드시 국제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3명의 제재 전문가가 평가했다.

하지만 미국은 2008년부터 북한 정권에 자금을 지원하는 제품 재고를 보유하거나 판매하는 미국 달러 거래 모든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 왔고, 미국 재무부는 2019년 두 공급업체로부터 북한산 인조 속눈썹을 제공받은 이엘에프(e.l.f.) 코스메틱스에 약 100만달러의 제재 위반 합의금을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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