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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직원 아니에요” 대리점 갈등에도 뒷짐 진 한화생명

“우리 직원 아니에요” 대리점 갈등에도 뒷짐 진 한화생명

기사승인 2024. 02. 22.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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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부장.지사장 계약서 갈등에도
'혼합형 구조' 한금서 "본사 책임 없어"
독립 체제 이점 이용해 국내 1위 성장
소비자 민원.불완전판매 리스크 우려도
금융당국, GA.설계사간 내부통제 점검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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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의 GA(법인보험대리점) 자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이하 '한금서)에서 사업부장과 지사장간 계약서를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지사장 직위 해제 사태가 벌어졌지만, 이에 대한 중재를 한금서가 하지 못하고 있다. 한금서는 사업부와 지사간 계약일 뿐, 본사와는 직접적인 계약을 맺지 않아 뒷짐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사업부와 지사 간 갈등이 생긴 원인은 한금서의 조직 구조 탓이다. 한금서는 본사→사업부→지사 형태로 운영 중인데, 본사는 사업부와만 직접 계약을 맺고 사업부는 지사와 계약을 맺도록 하는 구조다. 사업부와 지사간 수수료 등 배분 문제나 불공정 계약과 관련해서는 본사가 책임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소비자는 한금서 또는 한화생명이라는 인지도와 브랜드를 믿고 보험 계약을 체결하지만, 사업부나 지사에 문제가 생겨 소비자 민원이 발생한다면 '지사장 개인 비위'라고 치부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소비자 불완전판매 민원 등이 본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GA업계선 이를 두고 '혼합형'구조라 부른다. GA는 대표적으로 3가지 구조로 형성돼 있는데 '중앙집권형'은 본사가 직접 지점과 계약을 맺어 직영 조직으로써 관리를 한다. 임차보증금과 같은 사업비를 본사에서 직접 투자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은 크지만 설계사와 수수료 등을 본사가 관리할 수 있어 갈등이 적다. 미래에셋생명과 KB라이프가 여기에 속한다.

반면, '지사형'은 각자도생으로 영업하던 설계사들이 모여 지점(지사)을 형성한 형태다. 설계사가 많거나 우후죽순처럼 지점이 생겨 관리가 어려운 경우엔 이 구조가 적합하다. 각 지점별로 관리는 물론 수수료 및 계약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게 할 수 있어서다.

지사형과 중앙집권형을 합한 구조가 '혼합형'이다. 한금서와 신한라이프의 GA인 신한금융플러스(신금플), 흥국생명의 GA인 HK라이프파트너스(HK라이프)가 대표적이다. 본사는 사업부와 직접 계약을 맺고 사업부은 각자 영업조직(지점)을 유치해 계약을 맺는다. 사업부와 지점간 계약은 본사와는 별도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계약 문제는 본사가 지지 않는다. 영업에 대한 틀과 브랜드는 제공하지만 직접 계약을 맺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우리 (직속) 직원이 아니라 책임이 없다"고 회피할 수 있는 것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GA 중 혼합형 조직을 운영하는 곳은 한금서와 신금플, HK라이프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한금서와 신금플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조직 규모를 빠른 시간내 키웠다. 한화생명은 2021년 제조와 판매 분리를 위해 한금서를 출범시켰다. 한금서는 전속 설계사와는 직접 계약을 맺어 '직영 조직'을 만드는 동시에, 사업부는 독립 조직으로 운영하고 있다. 각 사업부 대표들은 수수료율과 자율 조항을 넣어 지사장과 자체 계약을 체결한다.

이같은 독립 조직은 보험사 입장에선 여러모로 편리하다. 직영 조직은 보험상품 판매를 위해 전문 설계사를 만들어야 하고, 시스템 투자는 물론 대리점에 대한 임차보증금과 인테리어 등 각종 사업비를 부담해야 한다. 반면 독립 조직은 설계사는 물론 임차보증금 등 비용적인 측면을 사업부 대표들이 알아서 부담한다. 설계사를 키울 필요도 없고 사업비 지출도 없다. 영업의 자율성 보장을 위해 독립 조직으로 운영했다는 이면에는 본사의 비용 절감과 함께 사업부 대표들의 절대 권한이 담길 수 밖에 없던 이유다.

특히 이러한 독립 조직 체제는 규모를 키우기엔 적합하다. 수십명 많게는 수백명의 FP(설계사)가 있는 지사를 쉽게 유치해 설계사 규모를 늘릴 수 있어서다. 한화생명이 이같은 방식으로 조직을 키워 규모로는 국내 1위 GA로 성장했다. 한화생명 산하 GA인 한금서·한화라이프랩·피플라이프의 설계사는 약 2만7000만명에 달하며, 지난해 당기순이익 690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신한라이프가 100% 출자해 만든 GA 신금플도 초창기에는 설계사 100여명으로 시작했다. 이후 리더스금융을 인수하며 단숨에 보험설계사 3000여명을 흡수했다. 신금플의 경우 대리점과 본사는 직영 계약을 맺지만, 대리점과 산하의 지점과는 별도로 계약을 맺는다. HK라이프는 흥국생명 전속설계사 조직이 분사해 출범한 자회사형 GA다. 다만 조직 시스템은 한금서와 같이 혼합형으로 운영된다. 전속설계사를 기반으로 GA 사세를 확장시키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직영 조직으로 운영되는 곳도 있다. KB라이프의 GA인 KB라이프파트너스와 미래에셋생명의 GA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는 본사와 대리점이 직접 계약을 맺는 구조다. 본사와 계약을 맺은 대리점의 설계사들과는 수수료나 계약서 등으로 인한 갈등이 적다. 다만, 본사에서 대리점에 사업비를 제공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지출 부담은 커진다. 지출이 커짐에 따라 직영 조직내 설계사들은 독립 조직 설계사 대비 상대적으로 적은 수수료를 받는다. 본사가 직접 대리점을 운영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설계사들은 브랜드 가치를 높여 영업에 집중할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선 불완전판매 리스크가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올해 보험사들은 준법감시인협의제를 통해 자체적으로 내투통제를 점검해 금감원에 보고해야 한다. 올 상반기에는 GA와 설계사간 위탁 계약서상 불공정거래 행위 여부를 점검하는게 과제다. 금감원 관계자는 "GA특성상 사업단과 지점간 배분과 관련해 문제가 나올 수 있다"고 하면서도 "사실 관계를 파악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혼합형 조직에서 불공정 계약 거래 행위가 많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험사들이 GA를 직영 체제로 가져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사업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특히 보험사들이 설계사에 대한 투자나 리스크 부담 없이 영업에만 집중한다면 불완전판매 이슈가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GA운영 차원에서 직영 대리점이 관리 차원에서 좋기는 하지만, 사업비 부담이 있다"며 "연합형 조직으로 하면 사업비 절감을 할 순 있어도 직영처럼 관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선 불완전판매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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