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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부끄러운 질문

[기자의눈] 부끄러운 질문

기사승인 2024. 03. 0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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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야권의 한 정치인 A 씨가 아침 라디오에 출연해 진행자와 작은 실갱이를 벌였다. 진행자가 질문을 던지자 "부끄러운 질문을 하고 있다"며 대답을 회피하면서 껄끄러운 몇 초를 흘려보냈다.

진행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천 파열음과 관련해 '비명 내지 친문으로 분류되는 의원들도 공천을 받고 있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봐야 하는 거냐'고 물었다. 이에 A 씨는 "그 질문은 성립이 안 된다. 부끄러운 질문이다"라고 받아쳤다.

이 때문에 진행자가 여러 의견을 반영해 균형 있는 인터뷰를 해야 하는 자신의 의무에 대해 잠시 설명하는 일도 이어졌다. 그런데도 A 씨는 너무 뻔한 대답일 것 같으며 청취자들도 대답을 할 수 있는 내용일 거라고 반박하며 끝끝내 답을 내놓지 않았다.

취임 이래 매일 아침 기자들을 만나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을 이어가고 있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이런 말을 했다.

"저는 어떤 질문이라도 피하지 않고 있다. 말하는 과정에서 빌미를 줄 수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는데,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을 대신해 권력에 질문을 던지는 것이 언론의 기본적 기능 중 하나다. '말'을 본업으로 하는 여의도 정치인을 상대로 질문하는 일은 기자들에게도 곤욕이다. 기자들은 비난과 거절로 얼굴 붉히는 일을 감수하고, 특정 정치인 팬들의 저격을 받으면서도 다시 질문한다. 하물며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은 어떤 질문에라도 답을 할 의무가 있지 않은가. 설사 그것이 그에게 부끄러운 질문이라고 해도 말이다.

국민들이 언제나 본질과 존재에 대한 거창한 대답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부끄러운 답변이 있을지언정 부끄러운 질문이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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