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남미 앞바다까지 출몰한 ‘공포의 싹쓸이’ 중국 선단

남미 앞바다까지 출몰한 ‘공포의 싹쓸이’ 중국 선단

기사승인 2024. 03. 21. 11:2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2024.03.21 부에노스아이레스 발제
폭풍을 피해 아르헨티나 추붓항에 입항한 중국 어선들이 정박해 있다. /일간 엘추붓
생선의 씨를 말리는 이른바 '싹쓸이 조업'으로 악명 높은 중국 어선이 지구 반대편 남미 앞바다에서도 출몰해 피해를 주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일간 엘추붓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수산업의 중심지 중 하나인 추붓에 최근 오성기를 펄럭이는 중국 어선 259척이 들어왔다. 최고 시속 100km 강풍이 불고 최고 7m 높이의 파도가 일 것이라는 폭풍이 예고되자 중국 어선들이 아르헨티나의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대피한 것이다.

중국 선단의 긴급 요청을 받은 아르헨티나 해안경비대는 정찰기를 띄워 상황을 파악한 후 고민 끝에 EEZ 진입을 승인했다. 대신 절대 조업을 해선 안 되고 선박의 위치, 이동 방향과 속도 등의 정보를 전파신호로 송신하는 위치발신장치(AIS)를 끄면 안 되며 어선마다 오전 2시, 6시, 오후 6시 등 하루 3회 위치를 보고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면서 해안경비대는 아르헨티나 현지 어민들에게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중국 어선들의 동향을 24시간 감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어민들은 "중국 어선들이 과연 약속을 지키겠냐"며 걱정을 놓지 않았다.

대서양에 대규모 중국 선단이 출현해 아르헨티나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국 선단이 몰려든 곳은 산호르헤만(灣)으로부터 약 500km 떨어진 곳으로 어종이 다양하고 풍부해 바다의 보고로 불리는 곳이다. 중국 선단은 201해리 지점에서 EEZ에 바짝 붙어 조업하고 있지만 언제 EEZ를 침범해 불법조업을 할지 몰라 아르헨티나 해안경비대와 해군은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

해안경비대 관계자는 "EEZ에 바짝 접근해 조업 중인 중국 어선이 어림잡아 400여 척에 달한다"며 24시간 감시체제를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가리지 않고 남미를 휩쓰는 중국 어선은 매년 1~6월 아르헨티나 앞바다로 몰려든다.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중국 어선은 공포와 경계의 대상이다. 악명 높은 싹쓸이 조업 때문이다. 어망을 내리고 닥치는 대로 잡아들이는 중국 어선이 휩쓸고 가면 인기 어족자원은 씨가 마를 정도로 바다는 초토화된다. 아르헨티나에선 특히 오징어와 대구의 피해가 크다. 한 어민은 "중국 선단이 휩쓸고 가면 어획량이 확 줄어든다"며 "조업이 아니라 약탈이라고 해야 맞는 말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 어선의 조업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미 워싱턴에 소재한 조업감시 특화 비정부기구(NGO) 글로벌피싱워치(GFW)가 위성으로 파악한 정보를 보면 2013년 중국의 아르헨티나 대서양 내 조업시간은 500㎢당 6만1727시간이었지만 2023년엔 38만4046시간으로 600% 이상 늘어났다. 해안경비대 관계자는 "AIS를 끄고 이동하고 조업하는 중국 어선이 적지 않아 실제 조업시간은 훨씬 더 늘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안경비대와 해군가 정찰기까지 띄우지만 감시와 단속이 쉽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016년 3월 아르헨티나 해군은 EEZ에서 불법조업을 하다 적발되자 도주한 중국 어선을 격침시켰다. 해군 관계자는 "AIS를 끄고 몰래 EEZ에 들어오는 중국 어선을 잡아내는 건 쉽지 않다"며 "당시 외교적 마찰 우려가 있었지만 격침을 결정한 건 우리의 어족자원을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중국 어선의 싹쓸이 조업은 생물다양성까지 위협한다. 고래와 같은 해양 포유류와 조류의 먹잇감이 줄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은 "남방긴수염고래(학명 Eubalaena australis)를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존재가 중국 어선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돌 정도"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불법조업이 유발하는 경제적 피해도 막심하다. 아르헨티나는 중국의 불법조업으로 가장 큰 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특히 중남미에선 최대 피해국이다. 중남미어업지속가능성재단(FULASP)에 따르면 중국의 불법조업으로 인한 아르헨티나의 연간 피해액은 35억 달러로 1위 아프리카(대륙 전체, 120억 달러), 2위 인도네시아(40억 달러)에 이어 세계 3위였다. 중남미 국가만 떼어내 보면 아르헨티나의 피해액은 2위 페루(5억 달러)보다 7배, 3위 칠레(3억 달러)보다 12배 가까이 많았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