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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김준혁 규탄대회 연 이대, 백발 졸업생·재학생 모두 “사퇴하라”

[르포] 김준혁 규탄대회 연 이대, 백발 졸업생·재학생 모두 “사퇴하라”

기사승인 2024. 04. 04.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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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대강당 향하는 계단 가득 메운 구성원들
일부 졸업생들 눈물…발언 중간중간 "사퇴하라"
재학생들 지나가며 사진 찍고 '규탄 서명'에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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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졸업생, 재학생 등 구성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 계단에서 김준혁 민주당 후보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박지은 기자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으로 향하는 돌계단은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후보(경기 수원정) 규탄 피켓을 든 중년의 '이대생'과 취재진으로 가득했다.

이들은 '이화여대 초대 학장인 김활란 박사가 미군에 학생들의 성상납을 시켰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김 후보를 규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총학생회 소속 구성원들이다.

자발적 집회인 만큼 서울 곳곳에서 모여든 이들의 손에는 '역사와 진실을 왜곡하고 이화의 참된 가치를 훼손한 김준혁 후보의 사퇴를 강력히 촉구한다',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동창회 이화여대 명예를 훼손한 김준혁은 사퇴하라' 등 제각각 다른 피켓이 들려 있었다. 대부분 중장년층으로 백발이 성성한 졸업생도 찬 계단에 앉아 "사퇴하라"를 외쳤다. 계단 사이사이엔 20대로 보이는 재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김 후보는 지난 2022년 8월 유튜브 채널 '김용민TV'에서 "종군 위안부를 보내는 것에 큰 역할을 한 사람이 김활란"이라며 "미군정 시기에 이화여대 학생들을 미군 장교들에게 성 상납시키고 그랬다"고 발언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2일 이화여대와 총학생회가 입장을 내고 김 후보를 사퇴를 촉구했고, 이날 이화여대 출신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법 위반(명예훼손) 죄'로 검찰에 그를 고발한 상태다.

이날 마이크를 잡은 이명경 이화여대 19대 총동창회장은 "우리는 한 국회의원 후보자의 망언을 비판하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정치 행사인 국회의원 선거 기간에 해괴망칙한 발언이라니 부끄럽고 참담한 마음"이라고 운을 뗐다.

이 회장은 "최근 유튜브와 언론 보도에서 공개된 김준혁 후보의 발언은 이화의 역사를 폄하하고 재학생, 동창생 모두에게 극심한 모욕을 줬다"며 "동시에 이 나라 여성 전체에 대한 성차별적 발언이다. 대한민국 정치인으로서 자질 없음을 증명하는 명백한 증거"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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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졸업생, 재학생 등 구성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 계단에서 김준혁 민주당 후보 규탄대회를 열고 재학생들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박지은 기자
그러면서 "이미 우리 사회는 이념·지역으로 너무 많이 분열돼 있기에 국민을 통합해야 하는 정치가 필요한데 젠더를 아우르지 못하고 검증되지 않은 자료로 국민 분열을 조장한 김준혁 후보는 대한민국 정치문화를 오염시키고 퇴행시키고 있다"며 "이화 동창은 김준혁 후보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강력히 요구하며 후보직 사퇴를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한 자리에 모인 이대 구성원들은 이 회장의 발언 중간 "사퇴하라! 사퇴하라!"를 외쳤다. 분노, 억울함, 답답함을 분출하듯 사퇴 촉구를 외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도 입장을 내고 "이대에 대한 적절하지 못한 발언의 시작으로 정쟁이 확산되고 있다. 이화여대로 부적절한 정쟁을 확산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검은 옷을 맞춰 입은 이대 구성원들은 차례로 김 후보를 향해 "이화의 역사를 함부로 모욕하고 폄하했다"고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김 후보가 이대 발언 논란이 불거지자 자신의 블로그에 반박 글을 올렸고, 이후 당의 권고에 따라 사과한 점도 비판 지점이었다. 이 회장은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 우리는 후보 사퇴를 촉구한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김 후보는 한 논문을 발언 근거로 제시했는데, 해당 논문에는 '성 상납', '성 접대를 주도했다'는 표현이 발견되지 않아 논란을 키웠다.

한 발언자는 김 후보의 왜곡된 성 인식을 질타했다. 그는 "김 후보는 여성의 성에 대한 왜곡된 발언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방송에서 자극적인 발언으로 눈길을 끌려고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것은 왜곡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 왜곡된 성 인식과 여성 혐오 사상을 가진 김 후보를 강력 규탄한다"고 외쳤다.

이날 자발적 규탄대회는 약 40여분 간 이어졌다. 현장에서는 김 후보 사퇴 서명도 이뤄졌다. 이 서명은 온라인으로도 진행할 계획이다. 또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정당 편향성 발언을 자제하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구성원들은 순서대로 발언을 마친 후 교가 1절을 부르고 묵상 기도를 했다. 묵상 기도를 마친 한 졸업생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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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경 이화여대 총동창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 계단에서 김준혁 민주당 후보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박지은 기자
재학생들도 모교를 찾아온 선배들의 규탄대회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규탄대회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거나 '김준혁 후보 사퇴' 서명에 동참하는 재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재학생은 "마음이 안 좋다. 사실 같이 하고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21살, 2학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재학생도 "엄마도 같은 학교(이대)인데 화가 많이 나셨다. 당연히 저도 그렇다. 황당하기도 하고"라고 했다. 규탄대회가 열린 대강당 돌계단은 가파른 언덕에 자리해 있어 학교 정문에서도 잘 보였고, 발언 소리도 멀리까지 울려퍼졌다.

한편 김 후보는 전날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그동안 논란에 대해 고개 숙였다. 김 후보는 "이제 막 정치를 시작하는 정치 신인으로서, 제 과거의 발언이 너무나 경솔했음을 진심으로 반성한다"며 "제가 그동안 과거에 사용해온 여러 표현들이 우리 사회의 통념과 기대에 크게 어긋났음을 인정하고 또 반성한다"고 사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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