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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급한 가스 요금 정상화, 빠를수록 좋다

[기고] 시급한 가스 요금 정상화, 빠를수록 좋다

기사승인 2024. 04. 2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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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수입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
가스공사 민수용 미수금 13조원
노동석
노동석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소통지원센터장
"전력은 국민 일상에 필요불가결한 자원이어서 요금이 오르면 국민 경제에 부담이 되는 만큼 사업의 공공성과 공익성 등을 고려할 때 원가보다 낮게 요금을 책정한 것을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이는 원가 이하 전기 공급 소송에 대한 2015년 대법원의 해석이다.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법적으로는 맞는 말일 수 있다. 이 판결 내용을 차용한 것은 가스 요금이 전기 요금과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는 기업 이익보다 공익을 우선시하는 공기업이고, 정부의 요금 규제를 받으며 현재 원가 이하로 전기와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한전은 2021년 이후 매년 적자를, 가스공사는 지난해까지 매년 장부상 흑자를 기록한 것이 다를 뿐이다. 그러나 가스공사는 정말 흑자 기업일까?

가스공사 장부에는 미수금이라는 항목이 있다. 미수금은 말 그대로 받지 못한 돈인데, 해외에서 천연가스를 사오는 데 든 비용보다 낮은 가격으로 국내에 공급해 생긴 사실상 적자다. 가스공사는 이 적자를 차후에 요금으로 보전 받을 수 있어 자산인 미수금으로 인식하는데, 가정·자영업자 등이 사용하는 민수용 미수금은 지난해 말 기준 13조원이다. 가스공사의 자본 9조8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러한 미수급 급증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폭등한 가스 가격이 국내 도시가스 요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입 단가는 2배 이상 올랐음에도 민수용 요금은 40%만 올랐고, 13조원에 달하는 미수금만 남았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또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정부가 서민 경제 안정을 위해 공공요금 동결 조치를 내려 2012년 말까지 가스공사에 5조5000억원의 미수금이 쌓였다. 다만 이때는 위기 직후 유가 하락 등 호재가 있어 미수금을 5년에 걸쳐 해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분명 그때와 다르다. 가스공사의 형편이 좋다면 조금 더 버틸 수 있겠지만, 현재 가스공사 부채 비율은 482%나 된다. 요금 정상화 없이는 미수금 해결에 몇 년이 걸릴지 짐작도 가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미수금 누적에 따른 부작용도 걱정된다. 이자 비용 증가 등 재무구조가 나빠져 가스 수입 대금 지급이 어려워질 수 있고, 이로 인해 가스 공급이 불안정해진다. 억눌린 가스 요금은 언젠가 인상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를 회피해서 얻는 것은 지금 맞을 매를 뒤로 미루는 효과 뿐, 결국 가격 기능을 통한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는 더더욱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며칠 전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습했다. 이달 초 이스라엘의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 공격으로 최고사령관 등 이란 장교 7명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보복이다. 자칫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은 물론, 유가 급등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모든 여건이 더 나빠질 수밖에 없고, 그렇기에 더더욱 합리적인 판단이 시급하다.

원료비 연동제에 따르면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은 2개월마다 원료비에 유가·환율이 반영돼 짝수 달에 원료비를 산정하고 홀수 달에 조정하는 구조다. 그간 여러 이유로 미뤄왔던 가스 요금 정상화는 빠를수록 좋다. 마침 지금은 가스 비수기로 접어드는 4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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