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해야”

30일 서울대병원 심포지엄 "정부로부터 정체성 거부" 주장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 정책 발표"...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

박재일 서울대학교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30일 서울대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가야 할 길' 심포지엄에서 4세션 발제자로 참여해 발언을 하고 있다. /김서윤 기자

박재일 서울대학교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전공의 대표)가 의료개혁 과정에서 정부 측의 전공의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박재일 전공의 대표는 30일 서울대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심포지엄의 4세션 발제자로 나서 "전공의는 전문직이지만 이번 사태에서 전문성을 외면받았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정부가 지난해 12월 전공의 간담회에서 의대 정원 대해서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힌 이후 전공의들의 의견 반영 없이 일방적으로 의대증원 정책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정부 관계자들은 교육 현장에 있지 않으니 실제 교육 시스템을 알 리 없다"며 "그럴수록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배워가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이어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회피해 의료 체계 문제점을 잘못 진단했다"며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의료개혁을 비판했다.

의대 2000명 증원에 대해선 "정부가 마치 2000명 증원이 없고서는 의료계의 기형을 해결할 수 없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며 "처음 방향성이 잘못됐기 때문에 전면 백지화와 원점 재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사직서 수리 금지 조치 등에 관해서는 "정부가 노동자로서 전공의의 권리와 자유를 억압했다"면서 "전공의들은 '수련생'의 정체성도 갖지만 교육 과정 등에서 정부의 지원이 부족하다. 수련병원은 수가가 낮은 운영 시스템상 전공의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전공의들이 정부로부터 전문직·노동자·수련생 등 정체성을 거부당했다"며 "그렇게 젊은 의사들이 삶의 터전인 병원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