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한투자증권 등 관련 조직 축소
"플랫폼 플레이어 입지 공고히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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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O는 조 단위의 공공·민간기금을 위탁·운용하는 사업을 말한다. 운용 수수료율(평균 0.03%)은 일반 공모펀드 보수율(0.4%)보다 낮은 수준임에도, 거액의 기관자금을 맡으면 안정적인 수수료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여기에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으로 인한 성장 가능성 때문에 새로운 먹거리로 여겨졌다.
하지만 불안정한 대내외 금융시장 환경이 지속됨에 따라 공적·민간 여유자금이 축소되면서 시장의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규모의 경제가 중요함에도 시장이 정체되자 낮은 수익성이라는 단점이 더욱 부각됐다.
그럼에도 NH투자증권은 OCIO 시장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플랫폼 강화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제회, 대학 등의 자금 유입과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가능성을 고려할 때, OCIO 시장 성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의 올 1분기 말 연기금·공제회 투자일임 재산 규모는 4조5064억원으로 작년 1분기 말 8조3597억원보다 약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OCIO 성장이 투자일임 재산 규모 증가에 영향을 미쳤던 만큼, 축소된 투자일임 규모는 OCIO 시장 성장 정체 때문으로 해석된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투자일임 규모를 살펴보면 2021년 692조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지난해 653조원으로 성장세가 꺾였다. 전 세계적인 긴축정책 등 금융시장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민간자금이 유입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연기금 등 공적자금 중심의 운용 수수료율은 평균 0.03%로 낮은 수준이라 안정적인 수익성을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에도, 시장 성장세가 사라지자 OCIO 사업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실제 최근 한국증권금융은 1조원에 달하는 민간 연기금 투자풀 주간운용사 선정에 나섰지만, 지원자가 없어 유찰되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은 관련 사업 조직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키움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은 전담 사업부를 해체했다.
반면 증권업계에서 가장 먼저 OCIO 시장에 진출한 NH투자증권은 이런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적극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30일 미래에셋증권, KB증권, 삼성자산운용 등을 제치고 사랑의열매 OCIO 단독 사업자 지위에 재선정되기도 했다.
NH투자증권은 여전히 OCIO 시장의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올해 새로운 운용사를 결정하는 기관들이 존재하는 상황인 만큼, 업계를 선도하는 경쟁력을 보유한 NH투자증권 입장에서는 여전히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에 따른 민간자금 유입 호재도 사라지지 않았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공공기관이든 민간기관이든 가입자의 적립금을 대형 중개 조직에 맡겨 운용하는 상품을 말한다. 정보 비대칭 문제 해결과 규모의 경제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가입자가 민간 금융기관인 퇴직연금 사업자와 직접 계약을 맺고 스스로 투자 상품을 선택해서 운용하는 계약형 퇴직연금에 비해 수익률이 높다.
우리나라는 기금형이 없이 계약형만 존재한다. 정부가 퇴직연금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수익률이 더 높은 기금형 퇴직연금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기금형 퇴직연금이 도입될 경우 OCIO 시장의 급격한 성장이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금형 퇴직연금이 국내 도입될 경우, 수익률 장점으로 인해 많은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며 "2050년까지 규모가 200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국내 최고의 OCIO 플랫폼 플레이어의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며 "OCIO 경쟁력을 바탕으로 기금형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선두 주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