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하던 쿠팡이 8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역대급 과징금 부과와 최근 인수한 글로벌 명품 플랫폼 '파페치(Farfetch)'에 발목이 잡혔다. 막대한 투자로 지난해 적자 고리를 끊고 첫 연간 흑자를 기록한 이후 나온 결과라 충격 여파가 크다. 하반기도 불안하다. 지난 4월 신규 회원에 이어 이제 기존 멤버십 회원까지 회원비 58.1% 인상이 적용되면서 고객 이탈 우려도 있다. 최근 불거진 티메프(티몬·위메프) 환불대란으로 정부가 이커머스 정산 시스템 등에 규제의 칼을 빼든 것도 걱정이다.
7일 미국 뉴욕증시 상장사인 쿠팡 모기업 쿠팡Inc는 2분기 실적을 공시하면서 공정위 과징금 추정치 1630억원 및 자회사(합작법인) 파페치의 영업손실 424억원의 영향으로 34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역대 분기 최대인 10조35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한 수치다. 분기 매출 10조원 돌파는 처음이다. 파페치의 2분기 매출 6304억원을 제외한 쿠팡 매출은 9조405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3%가 성장했다.
적자 전환과 관련해 쿠팡은 "파페치 영업손실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할 과징금 추정치인 1630억원 반영이 주된 이유"라면서 "만약 파페치와 공정위 추정액을 제외했다면 이번 분기 지배주주 순이익은 약 1699억원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6월 쿠팡이 자체 브랜드(PB) 상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임직원을 동원해 긍정적 구매 후기를 달아 높은 별점을 부과했다며 과징금 부과와 함께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공정위는 2019년 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쿠팡의 행위와 관련해 잠정 과징금 1400억원을 제시했는데, 쿠팡 실적 발표일에 최종 과징금 1628억원을 부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유통업계에 부과된 과징금 중 최대 규모다.
공정위 과징금 추정액을 선반영한 영향으로 쿠팡은 적자전환을 기록했지만 지난 1분기에도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1% 하락한 531억원에 그쳐 연이은 실적부진은 무시할 수 없다.
하반기가 특히 문제다. 쿠팡은 이날부터 기존 회원들의 멤버십 요금도 결제시기가 돌아오는 시점에 맞춰 58.1% 인상된 월회비 7890원을 부과한다.
네이버·G마켓·SSG닷컴 등이 탈쿠팡족을 겨냥한 다양한 멤버십 혜택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기존 고객의 이탈을 얼마나 방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또 최근 티메프 환불 대란으로 불거진 이커머스의 정산 주기 등에 정부가 규제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라 자금 흐름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쿠팡은 이날 이를 의식하듯 실적발표에서 재무건전성을 강조했다. 쿠팡에 따르면 2분기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5억3600만 달러(7조5867억원)로 지난해 말 52억4300만 달러보다 2억9300만 달러가 늘었다.
하지만 정부가 티몬·위메프의 정산 대금 미지급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대규모유통업법을 개정해 오픈마켓을 통해 소비자·판매자 간 거래를 중개하는 이커머스 업체를 규율 대상으로 추가한 데 이어 이커머스 업체의 정산 기한을 대규모 유통업자보다 짧은 수준으로 설정하고 위반 시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쿠팡은 대규모유통업법을 적용받고 있지만 마켓플레이스(3P) 등은 월정산을 받는 판매자(셀러)들도 있어 정산 주기가 단축되면 영향을 피할 수 없다. 쿠팡은 연말까지 파페치의 조정 에비타(EBITDA·상각전 영업이익)를 흑자에 근접하게 하고, 멤버십 회원 혜택을 강화해 이탈을 방어, 하반기 수익성 개선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실적발표 후 이어진 콘퍼런스콜에서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미래 성장 기회가 무궁무진하며 아직도 개발되지 않은 부분이 상당하다"면서 "전체 5600억 달러 규모의 고도로 세분화된 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의 점유율은 매우 작고, 여정의 초기 단계에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