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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담 외곽에서 약 2.3km에 걸쳐 펼쳐진 이 지역은 제각기 다른 크기의 유문암질 암석 조각들이 마치 퍼즐처럼 맞물려 광활한 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모세왓'이라는 이름은 제주 방언으로 '모래밭'을 의미하는데, 이는 이 지역의 지질학적 특성을 절묘하게 표현한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명칭이다.
최대 폭이 500~600m에 이르는 이 지대는 흔히 제주도에서 볼 수 있는 검은 현무암과는 달리, 밝은 색을 띠는 유문암으로 구성돼 있다. 유문암은 이산화규소 함량이 높은 화산암으로, 제주도에서는 처음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질학자들은 이 독특한 암석 지대가 약 2만 8000년 전 소규모 용암돔의 붕괴로 형성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마그마 분화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생성되는 유문암질 각력암의 발견은 한라산 화산 활동의 전체 생애주기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이번에 확인된 유문암질 각력암은 제주도에서 발견된 화산암 중 가장 진화된 형태"라며 "이전까지 제주도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유문암질 암석의 존재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이 지질 구조는 단순한 자연경관을 넘어 미래 화산 재해를 예측하고 마그마 분화 과정을 심층적으로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특히 한라산 고지대의 화산 퇴적층 순서를 파악할 수 있는 '열쇠층'(key bed)으로서 학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30일간의 의견 수렴 기간을 거친 후, 자연유산위원회 심의를 통해 천연기념물 지정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