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스포츠 시설을 넘어선 다층적 도시 플랫폼의 모델
지역과 일상, 경제와 문화가 교차하는 도시형 축구장의 실험
히로시마가 보여주는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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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심형 광장이 축구장을 넘어 시민의 일상으로 스며든다
경기장 외곽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열린 광장이 조성되어 있다. 이 공간은 경기 당일에는 푸드 트럭과 지역 상인들이 참여하는 마켓, 아동 대상 체험 부스, 공연 등이 열리며 축제의 장으로 변모한다. 경기장 안팎의 응원 열기와 외부 광장의 문화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축구장이 단일 목적의 공간이 아닌 도시민의 문화 소비와 여가 활동의 중심지로 기능하고 있다. 히로시마시의 의도대로 이 공간은 '도심형 교류 스타디움 파크'라는 정체성을 완성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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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온 피스 윙의 경제적 효과는 수치로도 입증되고 있다. 산프레체 히로시마는 2024 시즌 개막 이후 역대 최고 평균 관중 수인 25,609명을 기록하고 있으며, 히로시마시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개장 후 약 100억 엔 이상의 경제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장 주변 상점과 숙박업소, 교통 및 관광 시설의 매출이 증가했으며, 스타디움 투어와 팀스토어, 병설 박물관 등을 방문하는 비경기일 관객들도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이는 구단의 성적과 무관하게, 구장 그 자체가 도시의 매력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하는 사례다.
◇ 환경과 공공성, 일상 속 공유 공간으로의 진화
에디온 피스 윙은 또한 공공성과 환경성에서도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시민 누구나 접근 가능한 보행자 친화적 동선, 녹지와 강변을 잇는 산책로, 개방형 광장과 같은 설계는 축구 팬뿐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도 열린 공간으로 기능한다. 일부 공간은 일상 속 시민들을 위한 워크숍, 영화 상영, 지역 행사에 대관되고 있으며, 이러한 유연한 공간 운영은 도시의 지속 가능성과 지역 공동체의 문화적 자율성을 동시에 존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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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콘텐츠와 지역 정체성의 결합도 이 경기장이 갖는 또 하나의 특성이다. 평화도시 히로시마의 상징성을 반영하여, 경기장 곳곳에는 전쟁과 평화, 기억을 환기시키는 전시와 체험 콘텐츠가 배치되어 있다. 시즌 중 특정 경기는 평화기념일과 연계한 특별 행사를 함께 진행한다. 이는 스포츠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시민이 참여하고 함께 운영하는 공동체 기반 구조
경기장 자체의 운영도 공동체 기반으로 설계되어 있다. 시민 자원봉사자들이 안내 및 운영 보조를 맡고 있으며, 지역 대학과 협력한 스포츠 마케팅 프로그램, 초중고 연계 관람 프로그램, 지역 예술단체와 연계한 공연 콘텐츠 등이 정기적으로 운영된다. 팬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참여자'로서의 정체성을 획득하고 있으며, 이러한 팬 문화는 경기장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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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전략 차원에서의 효과도 뚜렷하다. 히로시마시는 에디온 피스 윙을 중심으로 한 도심권 재생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경기장을 중심으로 한 체류형 관광 동선과 도시 내 상업 구역의 연계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스타디움에서 시작해 쇼핑, 미술관, 강변, 호텔로 이어지는 관광 루트는 도시 체류 시간을 자연스럽게 늘려주는 설계로, 이는 기존의 '관람 후 이동' 중심 구조를 전환시키는 전략적 효과를 낳고 있다.
히로시마 에디온 피스 윙은 결과적으로 '경기장'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공간이 어떻게 도심과 시민, 기억과 여가, 경제와 문화의 결절점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이 공간은 오늘도 경기가 없는 날에도 시민의 숨결과 평화의 메시지를 품고 조용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스포츠가 단순한 경쟁을 넘어, 도시와 사회를 연결하는 플랫폼이자 시대적 가치를 담는 공간으로 확장되는 지금, 에디온 피스 윙은 그 변화의 최전선에서 히로시마라는 도시가 품은 철학과 공동체의 역동성을 동시에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스포츠가 도시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 변화가 어떻게 사람들의 삶을 다시 새롭게 만드는지를 묻는 이 시대에, 히로시마의 중심에서 평화의 날개는 여전히 넓고 힘차게 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