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새 일자리 절반 수도권 신도시에 집중
순창군 청년 고용률 1.8%…전북·강원·경남 소도시 직격탄
광양·거제 여성 고용률 급등…산업 재편에 성별 구조도 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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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지역노동시장 양극화와 일자리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증가한 전국 일자리의 절반 가까이가 수도권 신도시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은 일부 혁신도시와 수도권 인접 지역을 제외하고 고용 정체와 청년층 이탈이 심화되고 있다.
2013년부터 2023년까지 통계청 지역별고용조사 자료를 분석해 일자리 분포의 변화를 추적한 결과, 전국 취업자 수가 331만명 증가하는 동안 약 150만명(46.8%)이 경기 남부 수원, 화성, 용인, 시흥 등 수도권 신도시에 집중됐다. 이들 지역은 교통망과 주거 인프라 확충을 기반으로 새로운 고용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반면 비수도권은 세종시, 나주시, 진천군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고용 증가폭이 제한적이었다. 특히 순창군(청년 고용률 1.8%), 정선군(2.4%), 남해군(2.5%) 등 청년 고용률이 극히 낮은 지역은 10년 사이 청년 취업자가 60~70% 감소했다. 지방의 일자리는 고령화된 서비스업 중심으로 재편된 반면, 청년층은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 구조 변화는 성별 고용 구성도 바꿔놓았다. 과거 남성 중심이던 조선·제철 산업도시에서는 여성 고용률이 크게 상승했다. 광양시는 2013년 40.6%였던 여성 고용률이 2023년 56.6%로 16%포인트 올랐고, 고흥군(15.5%포인트), 거제시(15.1%포인트)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남성 중심 산업의 위축과 서비스업 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임금 격차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2013년 임금 상위 20개 지역 중 8곳이 비수도권이었지만, 2023년에는 6곳으로 줄었고 상위 10위권 내에는 세종시를 제외한 비수도권 지역이 모두 제외됐다. 울산, 여수, 창원 등 전통적인 고임금 산업도시는 순위 밖으로 밀려난 반면 수도권은 IT·서비스 중심의 고임금 구조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청년 유출, 산업 기반 약화, 고령화된 고용 구조가 맞물리면서 지방이 구조적 저성장의 길로 진입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고용·인구·임금 측면에서 수도권과의 격차가 확대되는 상황이 고착될 경우, 지방은 회복보다 침체의 경로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상호 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청년 유출, 산업 기반 약화, 고령화된 고용 구조가 맞물리면서 지방은 구조적 저성장 상태로 진입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산업 입지를 기준으로 사람이 이동하는 '피플 투 잡(People to Jobs)' 모델이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인재가 모인 지역에 일자리가 따라가는 '잡 투 피플(Jobs to People)' 흐름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이상호 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기존에는 산업 입지에 기반한 '피플 투 잡(People to Jobs)' 모델이 중심이었으나, 최근에는 인재가 모이는 지역에 일자리가 따라가는 '잡 투 피플(Jobs to People)'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며 "청년이 머무를 수 있는 주거·문화·교육 인프라가 지역 경제의 관건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지역이 자체적으로 발전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정책 자율성과 실행 역량을 함께 지원해야 하며, 정부는 지방 간 과도한 경쟁이 되지 않도록 균형 조정 기능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