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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4심제 법안’ 우려 확산… “헌법 정신·사법 체제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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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기자

승인 : 2025. 05. 15. 17:45

의안정보시스템 올라간 헌재법 개정안
"국익 반하는 악법" 4000여 반대 의견
"입법 폭주 아닌 충분한 논의가 우선"
전문가들 "재판 감당 못할것" 지적도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의 건에 대한 표결을 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이병화 기자
헌법재판소(헌재)가 법원 판결을 심리할 수 있는 내용의 헌재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에서 발의됐다. 헌재가 대법원 상고심에 대해 사실상 '4심제' 기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이후 국회가 사법부를 송두리째 흔들며 법치주의를 붕괴시키고 있다는 날 선 비판마저 제기된다.

15일 법조계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진욱 의원 등 민주당 의원 34인이 대표 발의안 헌재법 개정안에 대해 "대한민국 국익에 반하는 악법", "이 법안이 시행되면 법원 독립성이 약화되고, 정치적인 목적으로 헌재를 이용하는 사례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등 현재 4000여 개가 넘는 반대 의견이 개진됐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도 전날 국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재판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은 변호사를 선임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어렵기 때문에) 그야말로 부익부 빈익빈, 국민들에게 유익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측은 법안 개정안에 "사실심의 절차에서 기본권적 고려가 결여되거나 명백히 헌법에 위배되는 법률 해석 또는 적용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의 판결로 귀결됐다는 이유만으로 헌법적 판단을 봉쇄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입법 취지를 밝히고 있다. 헌법이 입법·행정·사법 등 모든 국가권력을 헌법에 따라 행사할 것을 명시하기에 사법 작용으로 인해 국민 기본권이 침해되고 다른 법률적 구제 절차가 사실상 차단된 경우에까지 헌재의 문을 닫아두는 것은 헌법소원의 본질·목적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취지를 고려하더라도 다수석을 차지한 민주당 주도로 법안 개정을 강행하는 것이 아닌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신중한 결론을 내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무분별한 법안 개정을 멈추고 헌법 정신을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신평 전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과거부터 빈번하게 논의가 일어났지만, 허용할 수 없던 사안"이라며 "국회가 법원에 엄포를 놓는 방식이 너무 지나치다"고 했다. 신 전 교수는 이어 "사적 보복을 위해 국가 입법도 임의로 남용할 수 있어 헌법 정신이 여지없이 무너질까 우려된다"며 "헌재가 법원의 재판까지 관여한다는 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헌법 정신에 대한 극단적인 침해"라고 덧붙였다.

헌재가 재판을 추가로 심리하게 될 경우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사법 체계가 마비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소정 변호사는 "현재 법원 심급 제도가 부족하다고 볼만한 점도 전혀 없고, 법원 판결이 기본권을 침해하면 판결이 아닌 다른 요건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지 않나"라며 "주관적인 사유로 재판이 공정하지 않다며 소원을 내면 사법 체제가 무너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민주당은 헌법소원 개정 추진 외에도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중지하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구성 요건 중 '행위'를 삭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모두 이 후보 파기환송심 이후 본격적인 추진을 시작한 것으로, 방탄 입법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다만 특정 법안을 정치적 이익을 위해 개정하려고 하는 시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이번 헌법소원 관련 개정안의 '졸속 입법'은 막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정준길 법무법인 해 대표변호사는 "헌법소원 개정은 헌법의 근간과 권력 분류의 원칙을 근본적으로 침해한다"며 "권력을 분립하는 것이 아닌 한 번에 통합하는 일사불란한 권력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 변호사는 또한 "판결에 패소한 뒤 불만 있는 사람은 누구나 헌법 소원을 제기할 수 있게 되는 것인가"라며 "결국 국회를 장악한 사람이 모든 권력을 장악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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