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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조달의 난망함 속에 기업가 정신은 움츠러들고, 미래에 대한 희망은 희미해져 간다. 'K-코인'이라는 이름 아래 드리워진 보이지 않는 차별의 그림자는, 해외의 블록체인 유니콘들이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는 동안 우리 스스로를 변방에 가두는 결과를 초래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인재들은 척박한 환경에 좌절하고, 해외로 눈을 돌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가상자산 거래소는 비정상적인 풍요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부재 속에 쌓이는 거대한 자본은, 혁신의 씨앗을 뿌리는 비옥한 토양이 되지 못하고, 투기적인 거래의 파도 속에서 부유할 뿐이다. 이는 결국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좀먹고, 거래소 스스로에게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튼튼한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 없이 거래소만 비대해진들, 그것은 모래 위에 지은 성과 다름없다.
이제 낡은 규제의 틀을 넘어, 창조적인 진흥의 길을 모색해야 할 때다. 움츠러든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이 디지털 광장으로 나설 수 있도록, 상장의 문턱을 낮추고 투자유치의 장벽을 과감히 허물어야 한다. 국내외 벤처 자본의 자유로운 흐름을 촉진할 때, 비로소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혁신적인 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다. 더 이상 소극적인 자세로 외국의 기술과 자본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가상자산에서 디지털자산으로의 거대한 전환기를 맞이한 지금, 과거의 소극적인 태도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대한민국은 디지털자산 시대의 변방으로 영원히 남을지도 모른다. 과감하고 현명한 정책적 결단과 지원을 통해, 대한민국을 아시아 디지털자산 시장의 중심으로 우뚝 세우는 원대한 비전을 실현해야 할 것이다. 텅 빈 디지털 광장에 혁신의 깃발을 꽂고, 한국 블록체인 산업의 찬란한 미래를 열어갈 때다. 더 이상 뒷짐만 지고 있을 시간이 없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고진석 한국디지털자산평가인증 전문위원, 텐스페이스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