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유권자부터 정치 굴곡 겪은 70대까지…전국 인산인해
부동산 안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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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전국 1만4295개 투표소에서는 생애 첫 투표에 나선 이들부터 역사의 굴곡을 오롯이 목격해온 세대들까지 각기 다른 이유와 감정으로 '한 표'를 던졌다.
최악(最惡)보다는 차악(次惡)을 뽑는다는 어떤 이들의 표현 대신 '내가 살아갈 현재의 우리나라' ' 내 아이가 살아갈 미래의 우리나라'를 만들 대한민국 지도자를 뽑겠다는 기대감만은 이날 투표에 참여한 모든 유권자들이 통일된 마음이었다.
서울 서대문구 충현동 미동초등학교 제5투표소에 투표를 마친 박모씨(27)는 정치적 열정보단 분명한 바람이 담긴 한 표를 행사했다. 박씨는 새 정부에 '부동산 안정'을 주문하며 "집값이 너무 들쭉날쭉해서 젊은 세대 입장에선 불안하다. 누가 되든 간에 어느 세대에만 유리한 정책이 아니라 모두를 고려한 정책을 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장소에서 투표를 마친 양모씨(29)도 "후보자가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 공약에 담긴 가치관을 보고 투표했다"며 "누가 되든 앞으로 5년간 나라를 운영할 사람을 고르는 중요한 선택이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자녀들의 미래를 위한 투표도 이어졌다. 어린 자녀를 동반한 학부모부터 갓 결혼한 신혼부부, 만삭인 배를 안고 투표장을 찾은 임산부들은 나보다 자녀들이 살아갈 미래를 만들 지도자를 간절히 원했다. 두 딸의 손을 잡고 경기 수원시 권선구 곡선동 제9투표소를 찾은 40대 고모씨는 "자녀들에게 투표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었다"며 "대한민국을 통합할 수 있는 후보가 당선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투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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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근무한다는 이모씨(61)는 비장한 심정으로 투표소에 나왔다고 했다. 이씨는 "아파트 단지 내 배너만 봐도 네거티브 유세가 넘친다. 정치권이 자극적인 전략 대신 건전한 토론문화로 나아가야 한다"며 "우리 사회가 예전보다 과격해진 것 같아 위기감을 느낀다. 정부가 국민 통합에 더 힘써야 한다"고 두 손을 모았다.
70대 김모씨는 "요즘 정치가 진영싸움으로만 흘러가는 게 참 안타깝다"며 "독재도, 민주화도, 혼란도 다 봤다. 우리나라가 다시는 독재와 같은 길로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우려했다.
부정선거에 대한 경각심으로 투표장에 나선 이들도 있었다. 60대 여성 박모씨는 "부정선거를 방지하기 위해 직접 도장을 챙겨왔다"며 "며칠 전부터 지인들이 '서명 대신 도장을 날인해야 부정 방지에 효과적'이라고 해서 준비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사전투표 때 관리 부실에 대한 뉴스도 나왔고,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부정을 막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