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최재원 등 그룹CEO 20명
선대회장 영상보며 '경영본질' 공유
'AI-에너지' 국정 기조에 발맞춰
글로벌 생태계 구축 대규모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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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기반으로 지난해부터 추진하는 고강도 사업재편의 무게추는 AI에 더 실릴 전망이다. 회사의 미래성장전략뿐만 아니라 국가적 과제로도 꼽히는 AI·첨단산업 인프라 구축, 에너지솔루션 확보를 중심으로 투자를 지속해 나가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변화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더했다.
15일 SK그룹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13~14일 경기도 이천 SKMS 연구소에서 최태원 회장,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요 멤버사 CEO 20여 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영전략회의를 열었다.
경영전략회의는 SK그룹이 매년 개최하는 주요 행사 중 하나로, 오는 8월 열리는 이천포럼, 10월 CEO세미나와 함께 3대 회의로 꼽힌다.
올해는 최태원 회장이 주도적으로 메시지를 내기보다는 경영진의 토론 끝에 '실행' 중심의 어젠다가 제시됐다는 점이 눈여겨볼 만하다. 이미 수펙스추구협의회라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를 통해 제시된 통합 의제가 마련된 만큼 하반기에도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방향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회의에서 경영진은 위기의 원인을 운영 및 기본 원칙에 대한 소홀함으로 짚었다. 또 리더들은 책임 있는 실행을 위해 먼저 움직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신뢰 회복'에 있다고 봤고, SK그룹 고유 경영 체계인 SKMS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최태원 회장 부친이자 SK그룹 경영 방침을 수립한 최종현 선대회장의 육성이 담긴 자료도 공유됐다. 최 선대회장은 1980년대 후반부터 "경영은 소프트웨어를 가다듬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SKMS, SUPEX(수펙스· Super Excellent Level) 추구 등의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SK 경영진은 "신뢰받는 SK를 위한 재도약의 출발점은 철저한 반성을 통해 '경영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라면서 "이는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의 신뢰를 얻는 확실한 방법"이라는 데 공감했다.
본원적 경쟁력은 최태원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부터 강조했던 개념이기도 하다.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 또 경영의 기본기인 운영 개선으로 확보한 경영 내실이 핵심이다. 올해를 시작하며 최 회장이 이렇게 큰 방향성을 제시했다면 하반기에는 각사 경영진을 중심으로 여러 우려와 질문에 대한 해법을 찾는 '실행'의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SK경영진은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부터 진행해 온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전반을 점검했다. 지난해 회사는 SK스페셜티·SK렌터카 매각 등으로 현금을 확보하는 한편 중복 사업을 적극적으로 정리하고, 신사업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했다. 올해도 SK실트론 매각 등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자구책을 기반으로 SK그룹은 AI·첨단반도체 등 국가 핵심사업 육성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국가적 과제로도 꼽히는 반도체 밸류체인,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에너지 솔루션 등 성장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SK그룹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은 AI중심 사업 재편은 정부 차원의 정책과도 부합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17일 G7 정상회의 확대세션에서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와 AI-에너지 연계에 대해 발언할 예정으로, 글로벌 AI 생태계 구축, 혁신 혜택 확산을 위한 대한민국의 역할을 강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민간과의 협력은 필수적으로, 특히 에너지 솔루션 혁신은 SK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그룹 전반에서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고민해 온 과제이기도 하다.
SK 관계자는 "SK경영진은 그룹의 실질적인 변화를 시장과 이해관계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전사적 실행력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며 "이를 통해 SK가 신뢰를 회복하고 이해관계자들과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