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파운드리 경쟁력 회복안 촉각
냉장고 등 美 수출 전략 재점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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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17일부터 사흘간 글로벌 전략회의를 진행한다. 글로벌 전략회의는 반기마다 열리는 최고 전략행사로, 삼성전자의 전 세계 주요 경영진과 해외 법인장이 모여 상반기 실적을 점검하고 하반기 전략 및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자리다.
이번 회의는 DX(디바이스 경험) 부문장 겸 MX(모바일 경험) 사업부장인 노태문 사장과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장인 전영현 부회장이 각각 주재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결과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주목되는 분야는 DS 부문이다. SK하이닉스에 뒤처진 HBM(고대역폭메모리) 경쟁력 회복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SK하이닉스가 2025년 1분기 글로벌 D램 점유율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이미 HBM4 샘플을 엔비디아에 공급했고 올해 하반기 본격적인 양산 공급을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응해 HBM4 양산 준비, 생산라인 확충, 수율 개선 등을 집중적으로 검토할 전망이다.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점유율 하락이 뚜렷하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은 2025년 1분기 7.7%로 전 분기(8.1%) 대비 하락했다. 같은 기간 TSMC는 67.1%에서 67.6%로 점유율을 늘렸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고성능 컴퓨팅(HPC) 고객 확보와 선단공정 수율 안정화 등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S 부문 전략회의는 18일 하루 동안 진행된다. DX 부문은 17일 MX, 18일 VD(영상디스플레이)·DA(생활가전), 19일에는 전사 전략회의가 예정돼 있다. 하반기 출시 예정인 갤럭시 Z 시리즈 등 폴더블폰 신제품과 AI 가전, 스마트싱스 플랫폼 확대 전략이 주요 논의 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외 리스크 관리도 회의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화두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2일(현지시간) 발표한 바에 따르면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철강 파생제품에 대해 50%의 고율 관세가 부과된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수출하는 생활가전도 이에 따른 영향을 받게 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주요 가전업체들은 관세 여파를 점검하기 위해 비상 회의를 열고 대응 시나리오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정국 불안은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통상 환경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며 "수입이나 관세 문제 등 다양한 리스크가 존재하는 만큼 이번 회의는 '피해 최소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은 해외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구조가 많은데 한국과 미국 간의 통상 문제뿐 아니라 베트남과 미국 간 관세 이슈 등 복잡한 사안도 안고 있다"며 "이번 회의는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치러지는 전략 회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 주요 계열사들도 이와 별도로 전략회의를 열고 하반기 대응 전략을 점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