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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불건전 업종’...해프닝 아닌 15년째 반복된 ‘복붙 행정’의 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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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권 게임담당 기자

승인 : 2025. 07. 03. 18:13

경기도일자리재단 CI
경기도일자리재단이 최근 발표한 '4.5일제 시범사업 참여기업 추가 모집 공고'에서 게임을 '사행성 불건전 소비 업종'으로 분류했다가 뒤늦게 수정한 가운데 이 같은 표현이 15년 이상 중앙 및 지방 정부의 각종 공공지원사업 문서에 반복적으로 사용돼 온 사실이 확인됐다.

문제가 된 문구는 '게임, 도박, 유흥 등 사행성 불건전 소비 업종의 기업'이라는 표현이다. 재단 측은 "도박성 게임을 겨냥한 표현이었으나 오해의 소지가 있어 수정했다"고 설명했지만, 동일하거나 유사한 문장은 최소 2009년부터 다양한 정책 공고에 등장해왔다.
2025년 경기도일자리재단 4.5일제 시범사업 추가 모집 공고문 캡처
현재까지 확인된 가장 이른 공식 문서는 2009년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기업 정책자금 지원 공고다. 해당 문서에는 '게임, 도박, 사행성, 불건전 소비 업종'을 융자 제한 업종으로 명시했다. 같은 해 국정감사에서도 이와 유사한 표현이 포함된 정책 문서가 문제로 다뤄진 바 있다.

이후 지방자치단체와 산하기관, 유관 협의체의 공고에서도 같은 문장이 반복됐다. 경기도는 2013년 '일자리 우수기업 인증제' 공고에 이 표현을 포함시켰고 같은 해 경기도경제단체협의회가 발표한 공고에도 동일한 문구가 들어갔다. 2021년 하반기 '경기도 일자리 우수기업 모집 공고'와 최근 경기도일자리재단 '4.5일제 시범사업' 공고까지 이 구조가 이어졌다.
2025년 경상북도 근로자 자녀 학자금 지원 대상자 선발 공고 캡처
이 같은 문구는 경기도 외 다른 지자체와 지자체 산하 지원기관의 공고문에서도 지속적으로 반복됐다. 2024년 의왕시 '우수중소기업 재인증 계획 공고', 부산광역시 장노년일자리지원센터 '2024년 50+ 인턴십 참여기업 모집 공고', 2025년 경상북도 '근로자 자녀 학자금 지원 대상자 선발 계획' 등에서도 동일한 표현이 지원 제외 사유로 사용됐다.

문제는 해당 표현이 특정 장르의 사행성 게임만이 아니라, 게임 산업 전체를 도박, 유흥 업종과 같은 맥락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복적인 문서 작성 관행이 게임 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행정 현장에 뿌리내리게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게임을 콘텐츠 산업이자 수출 전략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전체 콘텐츠 수출액의 절반 이상이 게임에서 발생하는 등 산업 비중 역시 크다.

그럼에도 게임을 사행성 또는 불건전 소비 업종으로 묶는 표현이 여전히 공공 공고문에 등장하고 있어 정책 기조와 행정 관행 사이의 괴리가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행정 현장의 관성이 바뀌지 않는 한, 게임 산업에 대한 불합리한 배제와 왜곡된 이미지는 반복될 뿐이다. 기준의 재정립과 인식 전환이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김휘권 게임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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