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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황가오리회 먹으러 고흥 간다…“아싸, 가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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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이장원 기자

승인 : 2025. 07. 08. 12:34

꽃과 고양이 천국 쑥섬, 향긋한 쑥 라떼·부침개
육고기도 생선회도 아닌듯 고소한 황가오리회
탄식의 역사가 관광지로, 소록도 물안개의 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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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고흥 남열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 이장원 기자
동영상 앱의 알고리즘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황가오리회를 보여준다. 처음 보는 회인데 이름도 특이하니 왠지 한번 맛을 보고 싶다. 전남에 가면 황가오리회를 전문으로 하는 곳들이 있다는데 고흥군의 한 식당을 추천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본격적인 여름이 왔으니 섬 많기로 유명한 고흥 바다에 가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황가오리회도 맛볼 겸 고흥을 둘러보기로 한다.

◇ 쑥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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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섬. / 이장원 기자
대한민국 남쪽 끝에 있는 고흥에서도 남쪽으로 가면 쑥섬이라는 섬이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따르면 나로도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거리가 약 500m 밖에 되지 않는 육지와 아주 가까운 섬이다. 쑥섬에는 정원이 12명 정도인 작은 배가 오간다. 전면에 꽃이 그려진 배와 고양이가 그려진 배가 번갈아 다니는 것이 재미있다. 섬을 대표하는 꽃과 고양이로 배를 꾸민 모양이다. 쑥섬은 초여름이면 수국이 예쁘게 피는 해상정원이다. 김상현, 고채훈 부부가 꽃정원, 달정원, 태양정원, 수국정원 등을 오랜 시간 가꿨다고 한다. 쑥섬은 고양이가 주민보다 많은 고양이 천국이기도 하다. 곳곳에서 고양이 그림과 조형물을 만난다. 고양이 동네이기 때문인지 쑥섬으로 가는 배에는 개와 함께 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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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섬. / 이장원 기자
사실 쑥섬은 쑥이 향긋하고 질이 좋아 쑥섬이라 불리게 된 곳이다. 마을 입구에는 카페와 음식점들이 있는데 '쑥라떼'와 '쑥부침개' 등 쑥음식을 찾아볼 수 있다. 쑥섬답게 쑥의 향이 진하게 느껴지는 것이 분명 별미다. 마을 돌담길과 정원을 지나고 동산에 올라 바다를 볼 수 있는 산책길은 1~2시간 거닐기에 더없이 좋다. 섬으로 들어갈 때는 배 시간에 맞춰 표를 사야하는데 온라인 예매도 가능하다. 육지로 나올 때는 원하는 시간에 나오면 되지만 막배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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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in 쑥섬' 쑥부침개. / 이장원 기자
◇ 남열해돋이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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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열해돋이해수욕장. / 이장원 기자
에메랄드빛 바다와 각양각색의 섬들이 장관인 해변을 달리는 것은 고흥 여행의 묘미다. 중간 중간 '여긴 뭐지' 하고 탄성이 터져나온다. 고흥 해안은 소셜미디어에서 드라이브 코스로도 많이 언급된다. 동쪽 해안으로 가면 남열해돋이해수욕장이 있다. 고운 모래가 펼쳐진 백사장 너머로 고흥우주발사전망대가 보인다. 대한민국에서 우주로 가는 관문이 고흥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듯 하다. 해수욕장에는 튜브에 올라 파도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곳은 물이 맑으면서도 파도 높이가 있어 서핑 명소로도 알려져 있다고 한다. 매년 1월 1일이면 해돋이 행사가 열리는 일출 명소이기도 하다. 해안절벽,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해변은 남쪽 바다에 와야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남열해돋이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에는 잠시 차를 세울 수 있는 전망대도 있다. 여유 있게 사진을 한 장 남겨보는 것이 좋다.

◇ 황가오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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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식당' 황가오리회. / 이장원 기자
고흥으로 발길을 이끈 황가오리회를 맛보러 간다. 고흥읍에 가면 황가오리회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있다. 황가오리, 즉 노랑가오리는 색가오리과에 속하는 몸길이 1m 가량의 물고기다. 배끝이 노란빛을 띠기 때문에 노랑가오리로 불린다. 겨울철에는 태평양 바다에서 생활하다가 봄이 되면 연안으로 올라와 산란을 하는데 남서해안에서 주로 여름철에 잡힌다. 이 때문에 황가오리회는 원래 여름 제철 음식으로 통하는데 식당 아주머니 말씀이 대략 12월까지는 나온다고 한다. 딱 봐도 색감과 질감이 남다른 황가오리회를 한 점 집어 입에 넣어본다. 보통 생선회보다는 확실히 쫄깃한 것이 약간 육고기 같기도 하면서 고래나 참치회 같은 고소한 맛도 나는데 씹는 재미가 더 크다. 기름장에 찍어 먹거나 깻잎장아찌에 싸서 먹어도 되지만 이런 종류 음식을 좀 먹는 사람이라면 그냥 먹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애(간)도 큼지막하게 몇 점 나온다. 좀 먹는 사람에겐 비리지 않지만 입맛에 따라 다소 난이도가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애주가에는 최고의 안주다. 황가오리와 함께 한 잔 곁들이는 고흥의 밤도 괜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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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동항. / 이장원 기자
◇ 소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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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금대교. / 이장원 기자
남쪽의 여러 지방이 그렇듯이 고흥에는 안개가 끼는 날이 종종 있다. 이른 아침에 비가 오는 것인지 안개가 낀 것인지 모를 만큼 앞이 안 보인다고 해서 오늘 여행은 망했다고 단정하면 오산이다. 일기예보가 맑다고 하면 믿어도 좋다. 조금만 기다리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파란 하늘이 드러난다. 안개가 걷힌 뒤에 바다 위에 구름을 얹혀놓은 듯 떠있는 물안개가 꽤나 운치 있다. 고흥 서쪽 해안에서 소록도로 통하는 거금대교와 소록대교는 해무를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자전거와 도보로 다리를 건널 수 있다. 다리 위에서 보는 소록도 주변의 바다는 꽤나 특별하다. 인근 녹동항에서는 소록대교 야경을 배경 삼아 야간 드론쇼가 열리기도 한다. 다리가 놓이면서 소록도는 관광객이 늘어나고 주민들이 섬 밖으로 왕래하기도 편리해졌다고 한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한센병의 아픈 역사가 서린 소록도에도 가본다. 섬 모양이 어린 사슴과 비슷하다고 해서 소록도(小鹿島)라고 불리는데 섬 전체가 병원이다. 지금은 인류가 극복한 병인 한센병 환자를 위한 국립소록도병원이 있다. 섬에는 역사를 기록한 자료와 기념물들이 잘 보존돼 있다. 소나무숲길을 따라 들어가 박물관을 둘러보며 환자들과 가족들의 애환을 잠시나마 이해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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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박물관. / 이장원 기자
◇ 치유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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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숲. / 이장원 기자
고흥에 바다만 있느냐 하면 전국 최대 규모의 편백숲도 있다. 팔영산 치유의 숲에 가면 산을 따라 빼곡히 들어선 편백나무를 만나볼 수 있다.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할 목적으로 조성한 산림이라고 한다. 여름에도 나무들이 햇빛을 가려줘 가볍게 산책하기에 좋다. 숲속에는 나무침대가 마련돼 있어 누워서 쉬고 있는 여행객들도 발견할 수 있다. 치유의 숲에서는 체력과 면역력을 길러주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숲향기와 바람을 맞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을 가져본다.

◇ 유자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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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씨의하루' 유자빵. / 이장원 기자
고흥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유자다. 온난한 기후와 풍부한 일조량으로 유자의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유자차, 유자청 등으로 많이 먹지만 유자빵도 특산물 중 하나다. 고흥을 오가는 길목에 있는 만남의 광장에는 유자빵이 맛있는 곳이 있다. 마들렌이나 약간 머핀 같기도 한 이곳의 유자빵은 상큼하면서 느끼하지 않다. 과하지 않으면서 은은하게 퍼지는 유자향이 좋다는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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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섬으로 가는 배. / 이장원 기자
이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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