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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회는 이 외에도 전 계열사들에 실적 대비 지출을 늘리지 말라고도 당부했다. 향후 연말 계열사 평가시, 실적 대비 비용이 과도하게 지출된 곳에 대해선 KPI(핵심성과지표) 등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각 계열사들은 중앙회의 비상경영 체제는 감안하겠으나, 법인카드 사용에 대한 감시는 과도한 처사라고 보고 있다. 이미 은행과 증권 등 주요 금융계열사들이 중앙회에 매년 브랜드사용료처럼 내는 농업활동지원비가 증가세에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계열사들로부터 걷은 수익을 인건비와 판매관리비 등 영업 비용으로 과도하게 지출한 중앙회라는 점이다. 중앙회는 지난해 전년 대비 2조원 가까운 영업 수익을 거뒀는데, 판관비가 전년 대비 1조원 넘게 증가하면서 순이익은 사실상 제자리걸음 했다.
내부에서 강호동 중앙회장이 이번 비상경영 강화 대책 일환으로 전 계열사들에 대한 비용과 예산을 좌지우지하면서 '군기잡기'에 나섰다는 불만이 나오는 배경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최근 전 계열사들에 '법인카드 모니터링 강화 지침'을 내려보냈다. 중앙회 준법감시부는 해당 공문에서 "경영여건 악화에 따른 비상경영 강화 대책의 일환으로 법인카드 사용내역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밝혔다. 준법감시부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사용건에 대한 소명도 요구하겠다는 계획이다.
농협 계열사들의 법인카드는 현재 공공기관처럼 불건전업소에서 사용이 금지된 '클린카드'다. 음식점 외에 노래방이나 주점 등에선 사용이 불가하고, 밤 10시 이후의 사용건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론 금지된다.
이미 클린카드를 사용 중임에도 불구하고 법인카드 모니터링 강화에 나선 것은 불필요한 비용을 모두 줄이겠다는 취지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5월부터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하며 전 계열사의 예산 20% 를 절감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이후 5월부터 중앙회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가 매월 열리고 있다.
문제는 금융 계열사들의 순이익 목표치가 대부분 초과 달성이라는 점이다. 중앙회는 크게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지주와 하나로유통 등이 포함된 경제지주로 나뉘는데, 올 상반기 농협금융지주 순이익은 1조 6287억원(연결기준)으로 목표치의 115.2% 를 달성했다. 전년 대비 순익이 7.7% 줄긴 했지만, 은행과 생명, 보험, 증권 등 주요 금융계열사들 모두 올 상반기 목표치를 모두 100% 이상 초과 달성했다.
경제지주 실적은 4조 6805억원으로 목표치의 96.6% 달성하는데 그쳤다. 하나로유통(달성률 87.9%), NH농협무역(84.8%)등이 목표 실적을 못채우면서다.
중앙회는 계열사들로부터 일정 금액을 지원받아 수익을 얻는 구조로 운영된다. 계열사로부터 얻는 수익인 '농업지원사업비'는 지난해 6667억원으로 전년 대비 18.5% 증가했다. 지분법이익 등을 포함한 영업수익은 9조 2265억원으로 전년 대비 2조원(21.0% 증가)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하지만 그만큼 지출도 커졌다. 작년 중앙회는 영업비용으로 5조 7377억원을 지출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1조 1400억원 증가한 규모다. 이중 감가상각비를 제외한 판매관리비, 급여, 기타판관비 등이 모두 늘었는데 이 비용엔 법인카드 사용금도 포함된다.
이같은 지출 증가에 중앙회의 지난해 순이익은 수익이 7조원대였던 2023년(순이익 1조 5000억원)과 6000억원 차이에 그쳤다. 내부에서 중앙회의 비용 지출을 전 계열사들에 전가하고 있다는 내부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법인카드 내역 실시간 모니터링 외에도 중앙회는 전 계열사들에 "수익 대비 비용이 많이 나가는 계열사는 성과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방침도 전달했다. 중앙회가 매년 계열사들에 대한 KPI를 실시하는데 수익은 적게 내면서 비용을 많이 지출한 계열사는 연말 평가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의미다.
이번 조치로 일각에선 강 회장이 전 계열사들에 대한 예산과 비용 등에 대한 권한을 쥐면서 '군기 잡기'에 돌입했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중앙회의 경영 악화와 함께 최근 농축업도 힘든 상황"이라면서 "내부에서 판관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경각심을 일으키자는 취지에서 법인카드 모니터링 지침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