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 배가 즐거워지는 가스트로 투어 약이 되는 채소의 즐거움 '약채락' 건강 미식 의림지 운치와 치유의 숲 경관 속 자연 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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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 '약채락성현'의 음식 / 지앤씨이십일 제공
요즘은 여행의 목적이 미식일 때가 많다. 먹기 위해 간다. 아무래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행복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결국 행복을 찾아 떠나는 것이 여행이다. 최근 국내에선 다소 생소한 용어로 미식 여행가들의 구미를 돋우는 곳이 있다. '가스트로 투어'를 내놓은 충북 제천이다. 가스트로 투어는 역사 유적과 자연이 어우러진 제천에서 최고의 맛을 엄선해 미식을 즐기는 도보 여행 코스다. 걷고 먹고 마시고 즐길 수 있는 가스트로 투어길을 따라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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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림지 인근 솔밭공원. / 이장원 기자
가스트로 투어는 배, 위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접두사 가스트로에 투어를 합친 신조어라고 한다. 배와 위가 즐거워지는 여행을 추구한다는 의미이니 언어학적으로 얼마나 잘 만든 용어인지의 문제는 잠시 제쳐둔다. 제천 가스트로 투어는 시내권과 의림지권 코스로 나뉜다. 두 코스 모두 나름의 특색이 있지만 좀더 운치가 있을 법한 의림지 코스를 걸어 본다. 코스 초입부터 의림지의 멋진 경치가 눈에 들어오면서 이 길에서 맛볼 음식에 대한 기대치도 급상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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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림지 떡갈비'의 비빕밥. / 이장원 기자
먼저 조선시대 때부터 내려온 3대 약령시장의 하나인 제천의 대표 음식 브랜드 '약채락'을 즐긴다. 약이 되는 채소의 즐거움이라는 뜻의 약채락 음식은 대표 4대 약념(藥念)을 사용해 풍부하고 건강한 제천의 맛을 느낄 수 있다. 4대 약념이란 황기를 사용해 24시간 숙성한 약간장, 제천 대표 약채인 당귀를 사용해 만든 약고추장, 약초페스토와 뽕잎으로 만든 약초소금을 말한다. 약초고추장은 당귀 외에도 지역에서 생산되는 뽕잎, 황기, 오가피 등을 넣어 특허를 취득했다고 한다. 향긋한 약초 향이 입 안 가득 퍼지면 밥이 아닌 보약을 먹는 기분이 든다. 약채락을 즐기는 방법은 비빕밥, 한정식, 백숙, 쌈밥 등으로 다양하다. 약채락 비빔밥을 선택해 맛을 보니 재료 자체가 약이 될 만큼 신선하고 양념이 정갈함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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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림지 용추폭포 주변 경관. / 이장원 기자
가스트로 투어는 중간 중간 산책을 통해 위와 미각, 정신에 쉴 시간을 준다. 해설사와 함께 하기 때문에 자세한 제천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도 하다. 제천의 대표적 산책 명소는 역시 의림지다. 제천10경 중 제1경인 의림지는 삼한시대에 축조된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와 함께 우리나라 최고의 저수지로 알려져 있다. 구전에는 신라 진흥왕 (540~575)때 악성 우륵이 용두산에 서서 흘러내리는 개울물을 막아 둑을 만든 것이라고 전해지기도 한다. 현재는 수리시설보다는 유원지로서 명성이 크다. 순조 7년(1807)에 세워진 영호정과 1948년에 건립된 경호루, 그리고 수백 년을 자란 소나무와 수양버들, 30m의 자연폭포 용추폭포 등이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 용추폭포에는 이무기가 승천하지 못하고 터져 죽어 만들어진 곳이라는 전설도 전해내려 온다. 경호루 뒤쪽에서는 웅장한 폭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용추폭포 위에 설치한 유리전망대는 철제 기둥에 설치된 센서를 지나면 불투명 유리가 투명 유리로 바뀌어 폭포가 내려다 보이는 재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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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애' 쌍화차. / 이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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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제이' 디저트. / 이장원 기자
가스트로 여행시간은 약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두 번의 식사류 사이에는 음료와 디저트가 자리한다. 약채락 식사 다음의 코스로 전통 찻집에 가서 쌍화차를 맛본다. 18가지 재료를 24시간 우려낸 깊은 맛이다. 고풍스러운 내부 장식이 다소 흐린 날에는 감성을 자극한다. 전통 찻집 감상을 마치고 솔밭공원의 소나무 숲을 지나 다시 좀 걷다가 살짝 힘이 들 만 하면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한다. 의림지에서 영감을 받은 예쁜 모양의 디저트도 즐길 수 있다. 제천 가스트로 투어의 또 하나의 특징은 지역 특색만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번째 식사로 중식을 선택할 수 있다. 지역 자장면 맛집에서 매콤한 자장면과 달콤한 크림 탕수육의 조합을 맛본다. 가스트로 투어의 장점에는 가성비도 있다. 의림지권 코스 1인 2만7500원에 2번의 식사, 2번의 찻집이 포함돼 있으니 잘 먹을 작정을 하고 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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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짜장'의 쟁반자장면. / 이장원 기자
미식으로 포만감을 찾았다면 잠시 비우는 시간도 필요하다. 금수산 자락에 위치한 국립제천치유의숲에서 머리 속의 잡념을 비우며 정신적 만족감을 높일 수 있다. 금수산은 산세가 수려하고 기암절벽이 절경을 이룬다. 향기, 피톤치드, 음이온 등 산림 자연환경요소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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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제천치유의숲. / 이장원 기자
국립제천치유의숲에는 이황 선생의 건강 비법인 '활인삼방 숲테라피'와 몸에 좋은 '사상체질 차테라피' 등 다양한 건강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음이온치유숲길에서는 계곡 주변을 걷다가 쉼터에서 명상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전망대로 이어지는 건강치유숲길은 수려한 산림경관을 만끽할 수 있는 길이다. 노약자, 아동 휠체어이용자 등 신체적 약자들을 배려해 누구나 안전하게 숲을 이용할 수 있다. 발의 감각을 깨우고 고저차를 활용한 운동효과를 느끼는 숲내음치유숲길도 있다. 마가목, 음나무 등 실내 치유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산림산약초 6종으로 구성된 약초원은 약초 재배 및 감상, 휴식의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