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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 위에 ‘디자인 파워’…건자재 시장 새바람 일으킨 정몽진 KCC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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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기자

승인 : 2025. 10. 22. 06:00

정몽진 회장 디자인 역량 강화 온힘
매년 R&D 투자↑…국내외 수상도
"디자인 경쟁력이 곧 브랜드 신뢰"
산업재 이미지 넘어 새 성장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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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자재는 건설의 철저한 후방 산업이다. 드러나기보다 뒤에서 보조하며 메인을 꾸미는 게 전부였던 시절도 있었다. 주인공을 묵묵히 받쳐준다는 점에서 피자로 따지면 메인이 될 수 없는 '도우'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졌다. 이제는 드러내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 제품의 품격을 높이는 건 토핑이 아니라 '디자인'이다.

정몽진 KCC 회장은 이 '도우의 변화'를 기회로 삼았다. 기술력 위에 디자인 경쟁력을 더해 산업재 기업의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디자인 경영'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세우며 기술 중심 이미지를 벗고 있다. 최근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수상도 이러한 변화의 상징이다.

21일 KCC에 따르면 정 회장은 2021년 KCC 컬러디자인센터 설립 이후 연구개발(R&D) 투자와 조직 체계 고도화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기술 중심의 산업재 이미지를 넘어, 디자인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한 포석이다. 회사는 이 컬러디자인센터를 통해 건축·자동차·가전 등 다양한 산업의 컬러 트렌드 연구와 디자인 컨설팅, 브랜드 색채 전략 등을 분석해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등 주요 건설사와 협업해 브랜드 컬러 시스템을 구축하고, 건축도료·그래픽 디자인·전시·패키지 등 종합적인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하는 것 등이 있다. 또한 색각 다양성을 고려한 컬러유니버설디자인(CUD) 연구와 배색 체계 개발을 통해 모두가 편안하게 인식할 수 있는 색채 환경 구현에도 적극 나서는 중이다. 이는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KCC는 지난 9월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독일의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디자인 콘셉트 부문 '위너(Winner)'로 선정된 바 있다. 이번에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 작품은 도료·그래픽·사인·재료를 통합한 '웨이파인딩·안전 색채 솔루션'이다. 색채를 통해 공간 정보를 명확히 전달하고 시인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색각 이상자와 고령자도 인지 가능한 색체계, 축광도료 '루미세이프'와 네온도료 '네온폭시'를 활용한 기능성 디자인, 현장 조사와 사용자 인터뷰를 기반으로 한 근거 중심 설계 등이 평가 과정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KCC가 디자인 강화에 나선 것은 단순히 기능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시장 환경에서는 기능 못지않게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UX)이 브랜드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KCC 측은 R&D 투자에 자금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실제로 KCC는 지난해에만 R&D에 2186억원을 투입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17% 증가한 규모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3.3%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해당 항목에 디자인 개발 및 색채 연구비가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정 회장은 컬러디자인센터 설립 이후 '감성과 기술의 결합'을 핵심 가치로 삼았다. '잘 팔리는 컬러' 중심의 상업적 접근을 넘어 ESG 기반의 사회적 책임 디자인으로 확장하고 있으며, 포용적 컬러 디자인(CUD) 체계를 통해 디자인을 사회적 접근성과 안전성의 영역으로 넓히고 있다.

이와 함께 KCC는 향후 축광·네온 도료 외에도 미끄럼 방지, 내화, 차열 등 안전·기능성 제품군에 디자인을 융합해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또한 컬러디자인센터를 중심으로 도료·건축·인테리어 전 영역의 디자인 표준을 통합하고, 제품과 공간을 아우르는 색채 기준을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컬러유니버설디자인은 단순한 미학이 아니라 사회적 접근성과 안전성 확보를 위한 설계 개념"이라며 "디자인 경쟁력이 곧 브랜드 신뢰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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