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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들, 경기 둔화·AI 전환 속 ‘감원 도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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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5. 10. 29. 17:03

미국 기업들, 이달 들어서만 2만5000명 이상 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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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저지주 로빈스빌에 있는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상품을 옮기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주요 기업들이 경기 둔화와 인공지능(AI) 도입을 이유로 잇따라 대규모 감원에 나서고 있다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AI 기술이 사무직 중심의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로이터 통계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이달 들어서만 2만5000명 이상을 감원했다. 여기에 올해 초부터 이어진 물류 기업 UPS의 4만8000명 감원을 더하면 규모는 훨씬 커진다. 유럽에서도 감원 규모는 2만 명을 넘었으며, 이 중 1만6000 명은 네슬레가 차지했다.

미국 정부가 사상 두 번째로 긴 셧다운에 들어가면서 공식 고용 통계가 발표되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개별 기업의 감원 소식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뉴욕의 50파크인베스트먼트 대표 애덤 사한은 "아마존 같은 대기업이 인력을 줄인다는 건 경기 둔화의 신호"라며 "경기가 견조하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기업 부문에서 최대 1만4000 명의 인력을 감축할 계획이다. 타깃과 프록터앤드갬블(P&G) 등도 수천 명 규모의 사무직 감원을 진행 중이다. 로이터는 아마존의 감원 규모가 최대 3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감원의 공통점은 AI 전환과 인력 효율화다. 타깃과 네슬레 등은 새 최고경영자(CEO) 취임 이후 조직 재편을 추진하고 있으며, 유아복 제조업체 카터스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수입관세 여파로 사무직의 15%를 줄이기로 했다.

특히 공장이나 매장 근로자보다 AI 도입으로 대체 가능한 백오피스·사무직 인력이 주된 감원 대상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투자에 대한 실질적 수익을 보여달라는 이사회와 투자자의 압박이 기업 구조조정을 앞당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컨설팅업체 KPMG가 9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향후 1년간 AI 투자액은 평균 1억3000만 달러로 1분기보다 14% 늘었다. 응답자의 78%는 "AI가 실제로 비용 절감과 수익 개선에 기여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AI가 실제 감원의 주된 원인인지에 대해서는 논쟁이 이어진다. 인디드 채용연구소의 경제학자 앨리슨 슈리바스타바는 "2022년 기술 산업의 급성장 이후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조정 과정일 가능성도 있다"며 "AI의 영향은 잠재적이지만 아직 본격화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미국은행(BoA) 경제연구팀도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직종은 초급 사무직에 국한돼 있다"며, "현재까지는 정보기술, 금융, 전문서비스 등 고학력 중심 업종의 고용이 오히려 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공식 노동 통계가 제한된 가운데, 주별 실업수당 신청 건수는 아직 해고 급증세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신규 채용도 활발하지 않다. 민간 고용정보업체 ADP는 10월 11일까지 4주 동안 신규 일자리가 1만4250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노동시장이 '저고용·저해고' 상태로 정체돼 있다고 진단한다. 공개적인 구조조정보다는 퇴사자 충원을 미루는 방식으로 인력을 줄이는 '조용한 감축'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슈리바스타바는 "지금의 상황은 마치 숨을 참고 있는 듯한 '정지 상태'에 가깝다"며 "기업들이 신규 채용도, 대규모 해고도 미루며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지켜보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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