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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GF 조직위원회 김기남 대원미디어 상무, 이갑열 애니플러스 상무. /김휘권 기자 |
국내 최대 서브컬처 축제 'Anime X Game Festival 2025(이하 AGF 2025)'가 5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사흘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역대 최대 규모인 1075개 부스가 들어선 현장은 개막 직후부터 인파가 몰리며, 조직위는 올해 관람객 수가 10만 명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킨텍스에서 열린 AGF 조직위원회 간담회에서 이갑열 애니플러스 상무와 김기남 대원미디어 상무는 이번 행사가 단순한 애니메이션 전시회를 넘어 게임과 서브컬처의 경계가 융합되는 '종합 IP(지식재산권) 팬덤 페스티벌'로 진화했음을 공식화했다.
올해 AGF의 가장 뚜렷한 변화는 게임 기업의 전방위적 공세다. 전년 대비 게임사 참가율이 50% 가까이 급증하며 행사의 무게추가 애니메이션 단독 장르에서 종합 콘텐츠로 이동했다.
조직위는 이를 단순한 마케팅 채널 다변화가 아닌 'IP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했다. 과거 게임사들이 신규 유저 모객(UA)에 집중했다면, 현재는 자사 게임 캐릭터와 서사를 활용한 팬덤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방증이다.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등 대형 게임사들이 현장에 대규모 굿즈샵과 이벤트 부스를 마련해 팬들의 발길을 붙잡은 풍경이 이를 증명한다.
이갑열 상무는 "애니메이션에서 시작해 게임으로, 다시 이벤트와 굿즈 소비로 이어지는 콘텐츠 소비 사이클이 하나의 산업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글로벌 OTT 플랫폼 확산으로 팬덤이 증가했고 다양한 파생 사업이 연결되면서 일반 대중과 팬덤의 연결고리가 탄탄해졌다"며 게임과 애니메이션의 경계가 무너진 배경을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AGF가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G-STAR)'와 차별화된 독자적 영역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스타가 신작 시연과 기술적 완성도, 산업 트렌드 제시에 방점을 둔다면, AGF는 철저히 '팬덤'과 'IP 향유'가 주인공이다.
김기남 상무는 "두 행사는 경쟁 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적 관계"라고 규정했다. 그는 "지스타나 플레이엑스포가 신규 게임과 콘솔 기기 등 하드웨어와 기술을 보여준다면, AGF는 그 안의 IP가 자신과 어떤 접점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즐기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기술력을 확인하는 곳이 지스타라면, 캐릭터와 세계관을 현실에서 체험하고 표출하는 무대는 AGF라는 논리다.
폭발적인 외형 성장과 함께 운영 시스템의 내실화도 눈에 띈다. 지난해 겪었던 관람객 밀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조직위는 올해 전시장 내 공간을 여유 있게 배치하는 강수를 뒀다.
부스 신청이 조기 마감될 정도로 수요가 높았음에도, 무리하게 부스를 늘리기보다 관람객 안전과 쾌적한 이동로 확보를 택했다. 특히 대기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도입한 '패스트 티켓' 시스템은 운영 고도화의 백미였다.
이 상무는 "올해 패스트 티켓 구매자 1000명이 입장하는 데 단 1분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티켓 발권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사전 예매 시스템을 정착시켜 '밤샘 대기' 등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콘텐츠 산업의 뜨거운 감자인 생성형 인공지능(AI)과 버추얼 유튜버 시장에 대한 통찰도 제시됐다. 조직위는 AI 기술 도입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인정하면서도, 콘텐츠의 본질인 '스토리'의 가치는 기술이 대체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상무는 "AI는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고 제작 현장에서도 적극 활용 중"이라면서도 "게임과 애니메이션의 핵심인 '원천 스토리'가 주는 감동과 따뜻함은 여전히 사람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기술적 효율성은 AI가 담당하더라도 서브컬처가 주는 정서적 유대감은 인간 중심의 창작에서 나온다는 철학이다.
이와 함께 일본 등 해외 시장에서 주류 문화로 부상한 '버추얼 유튜버(버튜버)'를 AGF의 핵심 카테고리로 편입해 적극 수용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김 상무는 "일본 시장을 확인해 보니 버튜버의 위상이 상당히 올라와 있었다"며 "AGF 역시 이러한 흐름에 맞춰 관련 부스와 스테이지 비중을 전략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AGF 2025는 한국 콘텐츠 산업의 지형도가 변화했음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김 상무는 "과거 서브컬처가 혼자 즐기는 문화였다면, 지금은 그 팬들이 경제력을 갖춘 성인이 되어 문화를 자유롭게 표출하고 있다"며 "산업적 기반이 탄탄해진 만큼 AGF가 이들의 열정을 담아내는 그릇이자 산업적 시너지를 창출하는 용광로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직위는 향후 과제로 '글로벌 확장'을 꼽았다.
이 상무는 "해외 게임사와 파트너사들의 참가가 늘어나고 있다"며 "국내 유망 IP가 글로벌 팬덤과 만나고 해외의 슈퍼 IP가 한국 팬들과 호흡하는 아시아 대표 서브컬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