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킹 건' 부재...트럼프 관련 폭로, 제한적
삭제 의혹 확산과 피해자 분노
법무부, 향후 수주간 추가 공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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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개는 연방의회가 초당적으로 통과시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Epstein Files Transparency Act)'에 따른 조치다.
◇ 엡스타인 파일 1만3000여건 1차 공개...핵심 폭로 내용 없고, 상당 부분 '편집'
이번에 공개된 문서는 플로리다주 팜비치 경찰의 2005년 초기 수사부터 2008년 연방 검찰의 플리딜(Plea deal·유죄 협상), 2019년 뉴욕 맨해튼 연방검찰 수사에 이르기까지 여러 건의 수사를 망라했다. 하지만 엡스타인의 범죄 행각이나 권력층 연루 의혹을 입증할 '스모킹 건'은 사실상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공개된 문서들은 중대한 새 폭로가 없어 엡스타인의 행위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에 거의 도움이 되지 못했고, 특히 검열된 파일 중 하나인 '뉴욕 대배심'이라는 제목의 119쪽 분량은 완전히 검게 지워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법무부가 법이 요구한 수준보다 적은 수의 문서를 공개했으며, 그 중 상당수를 편집했다고 했고, 로이터도 많은 파일이 심하게 편집됐으며 100쪽이 넘는 여러 문서는 완전히 검게 지워져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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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공개에서 가장 두드러진 인물은 민주당 출신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엡스타인의 오랜 측근이자 연인이었던 길레인 맥스웰 및 신원 미상의 여성들과 실내 수영장·온수 욕조에서 함께 있는 사적인 사진들이 대거 공개되면서 정치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NYT는 "의도적이든 우연이든, 해당 파일들에 포함된 사진 상당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유명한 정적 중 한명인 클린턴 전 대통령이었다"고 전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 측 앤절 우레냐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이 사안은 클린턴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며 "이건(클린턴 사진 공개) 앞으로 닥칠 일로부터, 혹은 그들이 영원히 숨기려 할 것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이번 공개의 '폭발 반경(blast zone)'이 민주당에 정치적 타격을 입힐 위험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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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번 공개엔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새로운 폭로가 거의 포함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관련 내용은 이미 알려진 전용기 탑승 기록, 주소록, 파티 사진 등이 대부분으로, 범죄 연루를 의심할 만한 새로운 정황은 나타나지 않았다.
로이터는 이번 파일이 전 세계 유명 인사의 이름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한가지 눈에 띄는 예외가 트럼프 대통령이었다며 그의 사진과 관련 문서가 거의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피해자 인터뷰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등장하지만, 문서상으론 피해자 중 누구도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을 주장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공개 직후 법무부 온라인 라이브러리에서 일부 파일이 삭제됐는데, 이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이 함께 찍은 사진도 포함됐다고 WP는 전했다.
민주당은 이를 "현직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자료를 뒤로 미루거나 숨긴 것"이라 규정하고, 팸 본디 법무장관에 대한 추가 설명과 청문회를 요구하고 있다.
엡스타인 파일 전면 공개 법안을 공동 발의했던 공화당 토머스 매시 공화당 하원의원도 모든 문서를 공개하라며 "온라인에 게재된 문서들은 법률의 정신과 문구 모두를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피해자들의 분노...정치적 파장, 2026년까지
실제 피해자들도 이번 공개를 또 다른 상처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피해자 마리나 라세르다는 "우리는 모두 이 일에 분노하고 있다. 또 한번의 모욕"이라며 "우리는 훨씬 더 많은 것을 기대했었다"고 말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엡스타인 파일은 쉽게 떨쳐내기 어렵다"며 "두 관계는 계속해 뉴스거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법무부는 1200명에 달하는 피해자 및 가족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광범위한 '편집'이 불가피했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이번에 공개한 문서가 전체 엡스타인 관련 문서의 일부에 불과하다며, 향후 수주 동안 수십만 건의 추가 기록을 단계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토드 블랜치 법무부 부장관은 전날 ABC 방송 인터뷰에서 모든 문서가 법에 따라 공개될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라는 이름이나 빌 클린턴, 리드 호프먼 같은 이름이 등장한다는 이유로 어떤 것도 숨기려는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