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개발통’ 오일근, 프리미엄에 무게 싣나…롯데건설 ‘르엘’ 확장 가능성 “주목”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222010011724

글자크기

닫기

김다빈 기자

승인 : 2025. 12. 22. 15:56

롯데자산개발 출신 오일근 대표…주택 전략 ‘재설계’ 가능성
중심엔 ‘르엘’…성수·금호·가락 등 서울 핵심지 공략 나설 듯
“하이엔드 적용 시 노하우 집약해 최고의 주거 공간 완성”
이미지
주거 시장에서 하이엔드 브랜드 전성시대가 본격화하는 흐름 속, 롯데건설의 프리미엄 주거 브랜드 '르엘(LE-EL)'의 존재감이 빠르게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장기화와 고금리 여파로 전국적인 부동산 시장이 침체 국면에 접어든 것과 달리, 서울 강남권과 한강변 등 핵심 입지에서는 집값 상승과 단지 가치 제고 경쟁이 이어지며 오히려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롯데건설이 이러한 시장 흐름에 맞춰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을 앞세운 공격적인 수주 전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의 중심에는 최근 롯데건설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 오일근 대표가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롯데자산개발 대표를 지내며 그룹 내 부동산 개발을 이끌어온 '개발통'으로 꼽히는 만큼, 취임과 동시에 르엘 확장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의 도시정비사업 수주 비중(수주액 기준)을 올해 약 22% 수준에서 향후 50%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올해 롯데건설은 총 7곳의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지에서 약 3조3600억원의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서울 용산구 '신용산북측 제1구역 재개발'(3522억원)과 송파구 '가락1차현대아파트 재건축'(4167억원)에 각각 '신용산 르엘', '문정 르엘'을 제안하며, 약 7689억원 규모에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했다. 이는 연간 전체 수주액의 약 22%에 해당한다.

롯데건설이 내년 르엘 적용 비중을 올해의 두 배 이상으로 확대하려는 배경으로는 서울 핵심지에서 대형 정비사업이 잇따라 예정돼 있다는 점이 꼽힌다. 업계에서는 롯데건설이 내년 신규 수주 목표를 올해(3조3600억원)를 웃도는 4조~5조원 수준으로 설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성동구 성수4지구 재개발(1조3628억원) △금호21구역 재개발(6158억원) △송파구 가락극동아파트 재건축(4708억원) 등 서울 주요 사업지에서 수주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 사업지에 르엘 적용을 검토할 경우, 하이엔드 브랜드 수주액만으로도 2조4000억원을 웃돌아 내년 전체 목표 수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이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 확장 전략이 롯데건설의 개별적 판단을 넘어 그룹 차원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수익성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롯데건설에 부동산 개발 전문성을 갖춘 오일근 전 롯데자산개발 대표를 대표이사로 전격 배치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오 대표는 1968년생으로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재무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3년 롯데월드 입사를 시작으로 롯데정책본부, 롯데마트 부지 개발 부문 등을 거쳤으며, 2016년 이후 롯데자산개발에서 리테일 개발과 복합개발 사업을 이끌며 대표이사까지 역임했다. 그룹 내 부동산 자산의 가치 제고와 개발 전략을 주도해 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한 부동산 개발업계 관계자는 "오 대표는 단순한 관리형 최고경영자라기보다, 사업성 분석부터 투자 구조 설계, 수익 모델 구축까지 직접 관여해 온 디벨로퍼형 CEO"라며 "전임 박현철 부회장이 다져놓은 재무적 안정성을 바탕으로, 오 대표 체제에서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활용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롯데건설이 르엘 적용 기준으로 삼고 있는 서울 강남권·한강변과 부산 등 주요 전략적 지역 중심 방침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대우건설의 '써밋', DL이앤씨의 '아크로' 등 주요 건설사들이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범위를 점차 확대하고 있는 흐름과 맞물려 롯데건설 역시 르엘의 무대를 넓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르엘 적용 가능성이 거론되는 금호21구역 재개발은 성동구에 위치해 한강 조망이 가능한 입지로 평가되지만, 일부 가구에 한정된 조망권 등으로 성수4지구와 같은 대표적 한강변 입지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오 대표 취임 이후 금호21구역에 르엘을 적용해 수주에 성공할 경우, 성수4지구 등과 연계해 한강 이남뿐 아니라 이북 지역까지 프리미엄 브랜드 적용 범위가 확대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르엘 적용이 빠르게 확대될 경우 주력 브랜드 '롯데캐슬'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재정립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이엔드 중심 전략이 수익성 제고에는 유리하지만, 수주 외형을 떠받쳐온 기존 브랜드 경쟁력이 약화될 경우 전체 수주 확대에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앞서 롯데건설의 정비사업 수주 실적은 2022년 4조262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PF 시장 경색과 주택 경기 침체 영향으로 2023년 5173억원까지 급감했다. 올해는 3조원대로 반등했지만, 내년 수도권 정비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수익성 중심의 질적 성장과 양적 성장 간 균형을 동시에 꾀하는 전략이 요구된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르엘과 롯데캐슬 간 명확한 역할 분담과 정교한 브랜드 포지셔닝이 향후 롯데건설의 정비사업 수주 경쟁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다빈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