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공식판단, 형사책임으로 끌고와선 안돼"
서훈 "尹정부 독선이 빚어낸 정치적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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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2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과 노은채 전 국정원 비서실장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절차적인 면에서 위법이 있다고 볼 증거와 내용적인 면에서 허위가 개입돼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대준씨에 대한 실종 보고, 피격·소각 사실 보고 및 전파,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국정원 등의 대응, 해경의 수사 진행 및 수사 결과 발표 등에 있어 절차를 위반하는 등 하자나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언론 등 대외적 발표를 할 때도 이런 절차를 통해 내려진 판단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려 애쓴 것으로 보일 뿐, 실제 내려진 판단과 다른 내용으로 발표하는 등 내용에 있어 허위가 개입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피고인들이 이씨를 '자진 월북'으로 몰아갔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판단의 시기에 있어 성급하고 섣부르거나 내용이 치밀하고 꼼꼼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나 비판을 가할 수는 있어도, 미리 특정 결론이나 방향을 정해 놓고 그것에 맞춰 회의를 진행하거나 수사를 계속한 정황을 찾아볼 수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국가는 국민이 어떤 의혹을 가지는 것에 대해 공식적인 판단을 제시할 의무가 인식된다. 제한된 정보만을 갖고 있더라도 최대한 분석하거나 추가 정보를 모아 공식적이고 통일된 판단을 내리고 이를 국민들에게 제시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며 "최종적으로 제기된 판단 및 근거가 절차에 따라 진지하게 이뤄졌고, 그 내용이 합리성과 상당성을 결여한 것이 아니라면 이를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일련의 과정을 섣불리 형사책임의 영역으로 끌고 오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은 2020년 9월 22일 서해에서 어업지도활동을 하던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대준씨가 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실종된 뒤 북한 황해남도 강령군 등산곶 해안에서 북한군의 총격에 숨진 사건이다. 문 정부는 당시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022년 6월 윤석열 정부가 "월북 시도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결과를 번복했고, 이듬해 감사원은 "당시 정부가 조직적으로 해당 사건을 은폐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5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서 전 실장에게는 징역 4년, 박 전 원장에게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 서욱 전 국방부 장관에게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서 전 실장은 이날 선고 직후 취재진에 "검찰은 문 정부 당시 안보책임자들이 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고, 이에 실패하자 월북사건으로 몰아갔다며 기소했다. 윤석열 정부의 무도함과 독선이 빚어낸 정치적 사건"이라며 "국가안보의 최일선에서 8개 정권에 걸쳐 일해 오며 정부의 성격이나 정치권의 이해에 따라 북한 문제를 다루어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 판단과 보고서를 문제 삼아 감사와 수사가 진행된다면 과연 누가 책임 있게 안보를 지켜나가겠냐"며 "공판 과정에서 수사 때는 알지 못했던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많은 증거들이 현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불편부당한 자세로 '객관의 의무'에 따라 이 사건을 공정하게 다루었는지 하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고(故) 이대준씨의 친형 이래진씨는 "판결을 납득하기에 의문점이 들고 황당무계한 판결문이었다"며 "앞으로 어떻게 싸워야 할지 변호사와 여러 전문가들과 종합적 판단을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