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료이용 변화 반영… ‘중장기 의사’ 부족
의료계 “교육·수련 인프라 한계…숫자 중심 증원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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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계위는 30일 서울 소월로 T타워에서 열린 제12차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사인력 수급추계 결과'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단일 수치를 제시할 경우 사회적·정책적 부담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이번에는 여러 가정을 적용한 '범위형 추계'를 제시했다는 것이 추계위의 설명이다.
기초 모형 기준으로 보면 2040년 의사 수요는 최소 14만4688명에서 최대 14만9273명으로 추정됐다. 반면 공급은 13만8137명에서 13만8984명에 그쳐, 수요 대비 공급 부족 규모가 5704명에서 최대 1만1136명까지 벌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 추계는 현행 의대 모집인원 3058명이 유지되고, 이 중 89.6%가 임상 현장에 진입하며, 65세 이상 의사의 20%가 은퇴한다는 가정을 전제로 산출됐다.
2035년 기준으로도 의사 인력 부족은 이미 시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 모형에 따르면 2035년 의사 수요는 13만5938명에서 13만8206명 수준인 반면, 공급은 13만3283명에서 13만4403명으로, 1535명에서 최대 4923명의 인력 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후 2040년으로 갈수록 부족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는 구조다.
추계위는 미래 의료 환경 변화를 반영한 시나리오 분석도 병행했다.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변화와 근무일수 변화를 고려한 시나리오를 적용할 경우 의사 수요는 2035년 13만7545명, 2040년 14만8235명으로 추정됐다. 의료 이용 적정화 등 보건의료 정책 변화를 반영한 시나리오에서는 2035년 13만6778명, 2040년 14만7034명으로 전망됐다. 다만 어떤 시나리오를 적용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의사 인력 부족 흐름 자체는 유지된다는 것이 추계위의 결론이다.
이번 추계는 의료 이용량과 인구 구조 변화를 동시에 반영해 산출됐다. 의사 인력 수요는 입·내원일수를 기반으로 한 전체 의료 이용량을 활용해 추계했으며, 의료기관 특성별(급성기 병원, 요양·정신병원, 의원, 보건기관) 입원·외래 이용량을 각각 시계열 모형으로 예측한 뒤 이를 합산하는 방식과, 성·연령별 1인당 의료 이용량에 장래 인구추계를 적용하는 방식이 병행됐다.
공급 추계는 면허의사 유입·유출을 확률적으로 반영하는 방식과, 동일 집단을 추적해 연간 이탈률과 순 은퇴 규모를 산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면허의사 유입은 최근 연도 의과대학 모집인원 3058명과 국가시험 합격률을 기준으로 산정됐으며, 사망률과 임상 활동 확률을 단계적으로 반영했다.
김태현 수급추계위원장은 "이번 수급추계 결과는 위원들 간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독립적·전문적으로 도출한 결과"라며 "이 결과가 향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의과대학 정원 심의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추계위 결론을 토대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2027학년도 의대 정원 규모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보정심은 이미 지난 29일 1차 회의를 열어 2027학년도 이후 의사 인력 양성 규모 심의 기준안을 논의했으며, 내년 1월 중 집중 회의를 통해 정원 논의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각 의과대학은 이후 증원 규모와 지역인재 전형 비율 등을 반영한 2027학년도 대입 전형 시행계획을 내년 4월까지 확정해야 한다.
아울러 추계위는 이번 수급추계에 이어 전문과목별 의사 인력 수급 추계를 추가로 실시하는 등 2026년 연간 운영계획을 별도로 수립할 예정이다. 의사 외 다른 보건의료 인력 직종에 대한 수급추계위원회는 관련 법령에 따라 2027년 이후 순차적으로 구성·운영될 계획이다.
한편 의료계의 반발은 여전하다. 대한의사협회는 "무리한 의대 정원 증원으로 강의실과 실습 인프라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며 "교육 여건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숫자만 늘리는 방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도 "추계위가 의료 현장의 실제 업무량과 근무일수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며 "AI 기술 도입과 디지털 전환이 의사 1인당 진료 역량을 확대할 가능성을 과도하게 보수적으로 반영해 미래 공급 역량을 저평가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2035년 기준 의사 부족 규모를 약 1만5000명으로 추산하고, 이를 근거로 5년간 매년 2000명씩 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의료계 반발로 의정 갈등이 격화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