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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격변 속에서 도서관은 존재 이유를 다시 묻고 있다. 송현경 내일신문 기자가 쓴 '도서관과 AI'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AI가 도서관을 대체할 것인가'가 아니라 'AI 시대에 도서관이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를 묻는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지능형 검색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북미 도서관들은 맞춤형 챗봇과 맥락 검색 서비스를 도입했다. AI는 자료 조직과 검색, 도서 추천, 챗봇 안내, 로봇 서비스, 음성 합성과 시각 보조 기술까지 도서관 업무 전반에 스며들고 있다.
하지만 기술의 확장은 언제나 새로운 문제를 만든다. AI 추천 시스템은 편리하지만, 이용자가 과거의 선택과 유사한 정보만 반복적으로 접하는 필터 버블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 자동화된 서비스는 이용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추정하거나 노출할 위험을 내포한다. 알고리즘 편향과 책임 소재의 불분명성도 중요한 쟁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공공성과 지적 자유라는 도서관의 핵심 가치가 AI 시대에 어떻게 시험받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특히 AI 기반 정보 제공과 추천 시스템은 '어떤 정보가 보이고 어떤 정보가 배제되는가'라는 문제로 지적 자유의 영역과 직접 맞닿는다.
AI 도입은 사서의 업무와 역할도 바꾸고 있다. 반복 업무가 줄어드는 대신, 사서는 AI가 생성한 정보의 품질을 검증하고 기술을 서비스로 설계하며 윤리적 기준을 판단하는 전문 직무로 확장되고 있다.
책은 10개 장에 걸쳐 AI와 자료 조직, AI와 도서 추천, AI와 독서 지원, AI와 로봇, AI와 챗봇, 도서관과 AI 리터러시, 도서관과 제3의 장소, 사서의 업무 변화, 사서의 역할 변화, AI와 윤리를 다룬다. 도서관 현장에서 실제로 도입·운영되고 있는 AI 사례를 바탕으로 핵심 쟁점을 차분하게 짚어 나간다.
저자는 도서관이 생성형 AI 시대에 기술을 주체적으로 수용하고 새로운 지식 경험을 넓혀야 한다는 비전을 제시한다. 도서관은 AI로 인해 약화되는 공간이 아니라 AI 시대에 오히려 더 중요해지는 공공 지식과 지적 자유, 정보 민주주의의 거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기술의 장밋빛 미래만을 말하지도, 막연한 불안을 과장하지도 않는다. 대신 도서관이 AI 기술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어떤 원칙과 기준을 세워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기술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원칙 위에서 변화를 설계하려는 사서와 정책 담당자, 그리고 AI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 모두를 위한 현실적인 안내서다.
저자 송현경은 2013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를 출입하며 도서관 분야를 취재해온 기자이자, 연세대학교에서 문헌정보학 박사학위를 받고 명지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인 연구자다. 한국도서관협회 특별상 언론 부문, 한국사서협회 한국사서상 도서관 밖 활동가 부문 등을 수상했다.
커뮤니케이션북스. 128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