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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정형외과 의사 출신의 안자니 신하 주싱가포르 미국 대사는 최근 싱가포르 내 미국 및 현지 기업들에 미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를 위한 후원을 요청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문제는 서한에 담긴 "미국 독립 250주년이라는 역사적 중요성을 고려해, 파트너 기업들이 후원금을 예년보다 '상당히 늘려줄' 것을 권장한다"는 노골적인 문구다.
통상적으로 전 세계 미국 대사관은 독립기념일 행사를 위해 민간 부문의 후원을 받아왔으나, 대사가 직접 '대폭 증액'을 명시하여 압박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싱가포르 재계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내일 생일이니 돈을 더 내놓으라는 불량배 같다"는 조롱 섞인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싱가포르 주재 미국 대사관 측은 "가장 중요한 이정표인 독립 250주년에 걸맞은 행사를 준비하려는 것이며, 전 세계 대사관이 매년 하는 일"이라고 해명했으나 냉담한 반응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신하 대사는 부임 초부터 이미 여러 차례 구설에 오른 바 있다. 그는 싱가포르에 대한 미국의 10% 관세 부과를 정당화하며 "미국이 싱가포르의 경제 기적에 기여했으니 이제 친구인 싱가포르가 미국을 도와야 한다"는 논리를 펴 비판을 받았다. 또한 지난해 상원 인준 청문회 당시에는 미국의 대싱가포르 무역 흑자 규모나 싱가포르의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의장국 수임 시기 등 기본적인 정보조차 숙지하지 못해 자질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번 사태에 싱가포르 안팎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거래주의적 외교'가 파트너국과의 정서적·전략적 유대감을 잠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NUS)의 자 이안 총 부교수는 "미국의 행동이 많은 이들에게 갈취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대사관의 이러한 요구는 기업을 쥐어짜려는 인상을 준다"고 꼬집었다. 비용 편익을 우선시하는 미국의 정책이 외교 현장에서 미국의 소프트파워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