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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싱가포르 대사, 기업들에 “독립기념일 후원금 대폭 늘려라” ‘갈취’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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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6. 01. 2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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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미국 싱가포르 주재 대사로 지명된 안자니 신하 박사가 상원 외교관계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는 모습/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캡쳐
싱가포르 주재 미국 대사가 오는 7월 4일 미 독립기념일 행사를 앞두고 현지 기업들에 예년보다 훨씬 많은 기부금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특유의 '거래주의적 외교' 기조가 외교 현장에서 자칫 '갈취'에 가까운 행태로 비춰지며 동남아시아 내 미국 외교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정형외과 의사 출신의 안자니 신하 주싱가포르 미국 대사는 최근 싱가포르 내 미국 및 현지 기업들에 미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를 위한 후원을 요청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문제는 서한에 담긴 "미국 독립 250주년이라는 역사적 중요성을 고려해, 파트너 기업들이 후원금을 예년보다 '상당히 늘려줄' 것을 권장한다"는 노골적인 문구다.

통상적으로 전 세계 미국 대사관은 독립기념일 행사를 위해 민간 부문의 후원을 받아왔으나, 대사가 직접 '대폭 증액'을 명시하여 압박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싱가포르 재계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내일 생일이니 돈을 더 내놓으라는 불량배 같다"는 조롱 섞인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싱가포르 주재 미국 대사관 측은 "가장 중요한 이정표인 독립 250주년에 걸맞은 행사를 준비하려는 것이며, 전 세계 대사관이 매년 하는 일"이라고 해명했으나 냉담한 반응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신하 대사는 부임 초부터 이미 여러 차례 구설에 오른 바 있다. 그는 싱가포르에 대한 미국의 10% 관세 부과를 정당화하며 "미국이 싱가포르의 경제 기적에 기여했으니 이제 친구인 싱가포르가 미국을 도와야 한다"는 논리를 펴 비판을 받았다. 또한 지난해 상원 인준 청문회 당시에는 미국의 대싱가포르 무역 흑자 규모나 싱가포르의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의장국 수임 시기 등 기본적인 정보조차 숙지하지 못해 자질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번 사태에 싱가포르 안팎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거래주의적 외교'가 파트너국과의 정서적·전략적 유대감을 잠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NUS)의 자 이안 총 부교수는 "미국의 행동이 많은 이들에게 갈취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대사관의 이러한 요구는 기업을 쥐어짜려는 인상을 준다"고 꼬집었다. 비용 편익을 우선시하는 미국의 정책이 외교 현장에서 미국의 소프트파워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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