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투기 자본과 옵션 레버리지의 결탁
'매파' 워시 차기 연준 지명발 달러 강세에 붕괴 가속
블룸버그 "다음 향방도 중국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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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은 가격은 20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온스당 40달러가 급락하며 26% 폭락,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금 역시 같은 날 9% 하락하며 10여년 만에 최악의 하루를 보냈고, 톤(t)당 1만4500달러를 돌파하며 광풍을 일으켰던 구리 가격도 급반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일 이번 사태를 "원자재 시장에서 가장 극적인 붕괴 중 하나"라고 규정했다.
다만 시장은 아직 안도하지 못하고 있다. 폭락 이후에도 가격의 향방은 다시 중국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2026년 1월 금·은 귀금속 급등, 파라볼릭 랠리 종료
1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팩트셋(FactSet) 차트에 따르면, 올해 초 은 선물 가격은 불과 한달 만에 60% 이상 폭등했고, 금도 2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2009년 이후 장기 추세에서도 유례없는 급등이었다.
은은 역사적으로 온스당 40달러를 넘긴 기간이 극히 제한적이었지만, 이번 랠리에서는 1월 말 온스당 120달러 부근까지 수직으로 상승했다.
이 같은 '파라볼릭(parabolic·포물선)' 랠리를 멈춰 세운 직접적 계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자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지명한다는 발표였다. 발표 이후 달러 강세가 촉발됐고, 이미 과열된 귀금속 시장에 급격한 반전이 발생했다.
블룸버그는 금속 시장이 수주간 지속적으로 급등한 이후 과도하게 확장돼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지만, 이번 하락의 속도와 규모는 시장 참가자들에게 충격을 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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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는 이날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중국의 투기 세력을 지목했다. 개인 투자자부터 대형 주식 펀드까지 중국의 '핫머니'가 원자재 시장으로 유입되며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당시 상황을 '포물선적'·'광란의(frenzied)'· '거래 불가능(untradeable)'이라고 묘사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사를 둔 귀금속 전문 금융 서비스·정련 그룹인 MKS PAMP SA의 니키 실스 금속 전략 부문장은 올해 1월이 '귀금속 역사상 가장 변동성이 큰 달'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은 시장의 투기적 광풍은 전례 없는 수준이었다. 세계 최대 은 ETF인 SLV는 지난 30일 하루에만 410억달러 이상의 거래대금을 기록했다. 이는 애플과 아마존의 하루 거래대금을 합친 것보다 큰 규모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SLV의 일평균 거래대금이 20억달러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시장이 얼마나 비정상적인 투기 국면에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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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V와 금 가격을 추종하는 세계 최대 금 ETF인 GLD 모두에서 콜옵션(자산을 미리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 미결제약정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위험한 '스퀴즈 조건'이 형성됐다. 옵션 매수세는 상승 국면에서는 딜러들의 현물 매수를 강제하며 가격을 밀어 올렸지만, 하락 국면에서는 급격한 투매를 부추기는 구조로 작용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브리지워터의 알렉산더 캠벨 전 총괄은 "그래서 이렇게 빨리 오르고, 이렇게 빨리 떨어진다"며 "중국이 팔았고, 이제 우리가 그 결과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달러 반등 이후 아시아 세션에서 중국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자, 시장은 급격히 무너졌다는 것이다.
◇ 금융 투기의 상흔… 태양광 산업 강타한 '은(銀) 쇼크'
이번 사태는 금융 시장에 그치지 않고 실물 산업에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실버 인스티튜트 자료에 따르면 태양광 부문의 은 수요는 2016년 이후 급증해 지난해엔 보석 수요와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WSJ은 전했다.
은은 연간 공급 가치가 약 980억달러에 불과한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이기 때문에, 이런 구조적 수요 증가가 투기 자금과 결합할 경우 변동성이 극대화된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은 가격 급등은 전 세계 태양광 셀의 80%를 생산하는 중국 제조사들의 수익성을 직접 압박했다. 생산 비용에서 은이 차지하는 비중이 기존 5~7%에서 15~20%까지 상승하면서, 태양광 셀 가격은 와트당 5.47센트까지 급등했다. 이 때문에 중국 통웨이(通威)솔라는 2025년 실적에서 최대 14억 달러의 손실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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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락 이후 시장의 시선은 다시 한번 중국으로 집중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다음이 벌어질 일은 다시 한번 중국에 달려 있을 수 있다"며 투자자들은 상하이(上海) 시장 개장 이후 중국 내 수요가 회복될지를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과 금융권도 투기 억제에 나섰다. 중국건설은행(CCB)은 최소 예치금 인상, 공상은행(ICBC)은 연휴 기간 쿼터 제한을 발표했다.
블룸버그는 개인용 금 적립 상품과 관련된 리스크를 억제하기 위한 신규 조치가 시행됐으며, 투자자들에게 리스크 인식을 높이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선전에서 활동하는 귀금속 트레이더는 블룸버그에 '금은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평가와 함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는 반면, 은에 대해선 관망 심리가 강하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 전문가 진단: 붕괴는 끝났지만, 불안은 진행형
독일 귀금속 정련·가공·유통업체 헤라우스 프레셔스 메탈스의 도미닉 슈페르첼 트레이딩 총괄은 이번 사태를 "내 경력에서 가장 거친 시장"이라며 "금은 안정의 상징이지만, 이런 움직임은 안정의 상징이 아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사태를 중국 투기 자금 유입과 옵션 레버리지 확대가 달러 강세 반전과 맞물려 발생한 전형적인 과열 붕괴로 규정하면서도, 폭락 이후에도 시장의 긴장은 해소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랠리에 뒤늦게 올라탄 투자자들에게 이번 급락은 '매우 고통스러운' 교훈으로 남았지만, 다음 방향 역시 중국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귀금속 시장의 불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