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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숨기고 사익추구…공정위, 김준기 DB 회장 檢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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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이지훈 기자

승인 : 2026. 02. 08. 16:19

재단·산하 15개사 계열사 현황서 누락
총수일가 지배력 유지에 재단회사 활용
공정위
공정거래위원회가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김 창업회장이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일부 재단과 산하 회사들을 계열사 현황에서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들 재단과 회사가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하고 사익을 추구하는 데 활용됐다는 판단이다.

공정위는 8일 김 창업회장이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제출하는 지정자료에 동곡사회복지재단 등 2개 재단과 15개 회사(이하 재단회사)를 누락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등을 지정하기 위해 동일인(그룹 총수)에게 계열사·친족·주주현황 등 자료를 제출받는다. 이를 누락할 경우 총수는 공정위로부터 고발 또는 경고 조치를 받을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DB 측은 최소 2010년부터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와 사익을 위해 이들 재단회사를 활용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2016년부터는 재단회사를 관리하는 직위까지 설치해 본격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김 창업회장은 재단회사들의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공정위는 다수의 객관적 증거와 거래관계, 구체적인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질적 지배력을 기준으로 이들 회사를 계열사로 판단했다. 이는 지분 보유 여부가 아닌 동일인의 실질적 지배력을 근거로 계열 관계를 인정한 첫 사례다.

공정위 조사 결과 재단회사들은 김 창업회장 지배력 유지를 위한 핵심계열사인 DB아이엔씨와 DB하이텍의 지분율 유지와 경영권 방어에 활용됐다. 특히 DB하이텍의 경우 DB 소속 비금융계열사 중 재무규모가 가장 큰 계열사지만 김 창업회장 지분율이 23.9%(자사주 제외) 정도로 낮아 내부지분율 유지에 민감한 상황이다.

이에 재단회사들은 DB하이텍 재무 개선을 위한 부동산 매입,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참여, 계열사 유상증자 지원 등 주요 경영 국면마다 동원됐다. 2021년에는 재단회사가 김 회장에게 220억원을 대여한 뒤, 상환 직후 동일 금액으로 DB하이텍 지분을 취득한 사례도 확인됐다.

DB 측이 재단회사들을 내부적으로는 계열사처럼 관리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존재를 감추려 한 정황도 다수 드러났다. DB가 수년간 작성한 '그룹사 전국 부동산 사용 현황', '그룹 전국 건물 현황(대외비)', '그룹사 임원 명단' 등 각종 내부 자료에는 DB 소속 회사뿐 아니라 재단회사 정보까지 함께 포함돼 있었다. 재단회사들을 사실상 그룹 관리 체계 안에 두고 운영해 왔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DB 측은 재단회사들이 동원되는 거래를 기획할 때마다 공정위의 위장계열사 문제 제기를 우려해 관련 리스크를 내부적으로 반복 분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DB와 재단회사들 간 자금·자산 거래 역시 빈번했다. 총수와 총수일가, 주력 계열사들은 재단회사들과 지속적으로 자금 및 자산 거래를 해왔다. 재단회사들은 매출 구조에서도 DB 계열사에 크게 의존했다. 2024년 기준 DB 계열사 매출 비중은 삼동흥산 81.7%, 빌텍 75.2%, 뉴런엔지니어링과 탑서브는 각각 100%에 달했다.

DB가 재단회사 인사에 직접 관여해 온 정황도 확인됐다. DB와 재단회사 간에는 임직원 겸임을 비롯해, DB 소속 임직원이 재단회사 임원으로 선임됐다가 다시 DB로 복귀하거나, 반대로 재단회사 임직원이 DB로 이동하는 등 수십 년간 지속적인 인사 교류가 이뤄졌다. 특히 역대 대표이사들은 DB 계열사 출신 인사들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이번 위법 행위의 중대성이 현저하다고 판단했다. DB 측이 재단과 재단회사들을 장기간 은폐하면서 기업집단 규제를 조직적으로 회피해 왔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 공시, 부당지원 규제 등 공정거래법상 감독을 벗어나 재단회사들을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와 사익 추구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DB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엄중 제재함으로써 다른 기업집단에게도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정확한 지정자료 제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감시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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