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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1000건 물류창고 화재…22대 국회 관련 법안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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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은 기자

승인 : 2026. 08. 0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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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발의 소방법·소방시설법 52건…물류센터 관련 법안 없어
109시간 걸린 인천 쿠팡물류센터 화재 진압…적재물 등으로 화재 확산
창고 화재 연평균 1337건…“물류창고 화재 세부 기준·제도 필요”
인천 쿠팡물류센터 화재
지난달 19일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32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송의주 기자
물류창고 화재가 해마다 1000건 넘게 발생하고 대형 화재로 번지는 사례도 잇따르면서 화재안전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소방안전 관련 법안 가운데 물류창고의 화재안전 문제를 직접 다룬 법안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소방안전 관련 법안은 소방기본법 개정안 27건,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 25건 등 모두 52건이다. 이 가운데 물류창고의 화재안전관리를 주요 내용으로 담은 법안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발의된 법안 중에는 시설물의 화재안전관리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도 다수 포함됐다. 다만 주요 대상은 전기차·보조배터리 등 리튬배터리와 보관 장소, 숙박·주거·의료시설 등 다중이용시설, 인화성 위험물질을 취급하는 공장 등에 집중됐다. 대규모 가연성 물품이 적재되고 특유의 내부 구조로 인해 화재 진압이 어려운 물류창고를 별도로 다룬 내용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5년 6개월간 발생한 창고 화재는 모두 7353건이다. 연평균 약 1337 건꼴이다. 특히 지난달 인천 쿠팡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는 완진까지 109시간이 걸렸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했지만 물류창고 특유의 랙(선반) 구조와 높은 층고, 빼곡하게 적재된 가연성 물품 등으로 인해 불길이 크게 확산하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계기로 대형 물류창고의 특성을 반영한 화재안전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다시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물류창고가 실제 운영되는 형태까지 고려해 소방시설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건축물 완공 당시 소방시설이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이후 랙이 설치되고 물품이 적재되면 스프링클러의 살수 범위나 화재 확산 양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완공 후 시설점검을 받더라도 랙 등의 설치에 따라 소방설비 작동 상태와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며 "랙 설치 등 시설이 실사용 형태를 갖춘 상태에서 추가로 정밀 점검을 의무적으로 받게 하고, 필요에 따라 추가 장비를 설치하도록 하는 등 보다 면밀한 소방설비 설치와 안전관리가 이뤄지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류창고 내부 구조와 적재 물품의 특성을 반영한 세부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돈묵 가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물류창고는 내부 배치 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랙 배치 등에 따라 스프링클러 개수와 방향 등을 정하는 세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며 "여러 종류의 물품이 대량으로 보관되는 만큼 가연성·인화성 물품 등을 분류해 별도로 보관하는 방안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규제 강화 과정에서 물류·유통업계의 현실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지나치게 규제를 강화하면 유통 효율성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물류·유통업계 등 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화재안전기준을 충실히 준수한 업체에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물류시설 화재안전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현행 화재안전 제도와 규제의 적정성을 살펴보고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문제는 새 기준을 마련하더라도 건축허가나 준공 시점에 따라 기존 물류창고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유통업체들이 배송 역량을 강화하면서 물류창고의 수와 규모가 늘고 대형화·고층화하는 상황에서 신축 시설에만 강화된 기준을 적용할 경우 기존 시설이 안전 사각지대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정부는 2024년부터 물류창고의 화재 특성을 반영한 창고시설 화재안전기준을 시행하고 있지만, 지난달 화재가 발생한 인천 쿠팡물류센터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형 물류창고 화재가 대규모 인명·재산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일정 요건을 갖춘 기존 시설에도 강화된 안전기준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 교수는 "물류센터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 이러한 흐름 자체를 막기는 어렵기 때문에 기존 시설까지 강화된 제도를 적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며 "병원 등 일부 시설에는 안전설비 기준을 소급 적용한 사례가 있는 만큼 화재 진압이 어려운 물류센터 역시 소급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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