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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헌재소장 직무정지에 정국 격랑…대통령 순방 중단·급거 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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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기자

승인 : 2026. 10. 3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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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스크 정부·민족주의 야권 정면충돌…조치 적법성 공방
POLAND-POLITICS-GOVERNMENT-CONSTITUTION <YONHAP NO-4146> (AFP)
31일(현지시간) 폴란드 경찰이 헌법재판소 현장에 투입된 가운데 한 시위대 남성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AFP
폴란드에서 헌법재판소장과 부소장의 직무정지를 계기로 정부와 야권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친유럽 성향의 도날트 투스크 총리가 추진하는 사법개혁에 민족주의 우파 진영이 강하게 반발하면서다. 야권과 가까운 카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아프리카 방문 일정을 중단하고 급거 귀국하는 등 정국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31일 로이터통신과 폴란드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폴란드 헌법재판소의 안나 코르빈-표트로프스카 재판관은 30일(현지시간) 보그단 슈비에츠코프스키 헌재소장과 바르트워미에이 소한스키 부소장에 대해 한 달간 직무를 정지하는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코르빈-표트로프스카 재판관은 자신이 재판소 운영을 임시로 맡겠다는 입장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전임 법과정의당(PiS) 정부에서 임명된 헌재 지도부와 현 집권 세력이 선출한 재판관 사이의 갈등이 심화한 가운데 나왔다. 코르빈-표트로프스카 재판관 측은 헌재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기존 지도부는 결정의 적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실제 직무정지 발표 직후 헌재 공식 엑스(X) 계정에는 재판소 홈페이지가 불법적으로 장악됐다는 주장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은 슈비에츠코프스키 소장과 소한스키 부소장이 여전히 정당한 지도부라며 코르빈-표트로프스카 재판관에게 재판소를 운영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사태가 확산하자 세네갈을 방문하기 위해 이동 중이던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항공편을 돌려 폴란드로 복귀했다. 수도 바르샤바의 헌재 청사 주변에는 경찰이 배치됐고, 직무정지 조치에 반발하는 PiS 지지자들이 집회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위대가 경찰에 물건을 던지거나 청사 울타리를 넘으려 하면서 3명이 체포됐다.

정부와 야권은 이번 조치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투스크 총리는 엑스를 통해 법치주의 회복이 정부의 의무라며 전임 정권에서 훼손된 사법제도를 바로잡기 위해 단호한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PiS의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대표는 정부가 헌재를 장악하기 위한 쿠데타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폴란드 대법원장도 헌재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번 갈등의 배경에는 10년 넘게 이어진 폴란드 사법부 독립성 논란이 자리 잡고 있다. 2015년 집권한 PiS는 기존 정부 시절 선출된 헌법재판관 자리에 새로운 인사들을 임명하려 했다. 이후 PiS가 지명한 재판관들이 헌재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유럽연합도 폴란드의 사법제도 운영에 문제를 제기해 왔다. 유럽사법재판소는 작년 12월 일부 헌법재판관과 헌재소장의 임명 과정에서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며 폴란드 헌재가 독립적이고 공정한 재판소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2023년 집권한 투스크 정부는 전임 정권의 사법개혁 조치를 되돌리고 법치주의를 복원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그러나 PiS의 지지를 받는 나브로츠키 대통령이 올해 의회에서 선출된 일부 헌법재판관의 취임 선서를 거부하면서 개혁에 제동이 걸렸다. 슈비에츠코프스키 소장 역시 현 의회가 선출한 일부 재판관의 직무 수행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폴란드 검찰총장을 겸하는 발데마르 주레크 법무장관은 슈비에츠코프스키 소장과 소한스키 부소장에 대한 면책특권 해제 신청서 5건을 헌재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현 정부가 사법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존 헌재 지도부를 상대로 법적 절차에도 나선 것이다.

코르빈-표트로프스카 재판관은 오는 11월 3일 헌법재판관 총회를 소집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다만 기존 지도부가 직무정지의 적법성을 부인하고 있어 헌재 운영 권한을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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