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글빨 안된다고? 일단 쓰면 작가야!

글빨 안된다고? 일단 쓰면 작가야!

기사승인 2010. 08. 12. 13:44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송지현의 BOOK소리] 작가사냥
송지현 기자] 작가가 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글빨 좀 된다’ 하는 사람들은 다들 이런 생각을 해봤음직하다. 아니, 꼭 그렇지 않아도 ‘작가’ 라는 그 단어 하나만으로 막연한 동경과 선망의 감정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것이다.

어릴 때 TV 없던 우리집에서 볼만한 건 책뿐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개미와 베짱이를 패러디한 글을 쓴 게 초등학교 때다. 중학교 때 랭보의 시를 처음 접하고 랭보가 쓰는 펜 끝에 심장이 농락당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곤 작가를 동경하게 됐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작가는 ‘재능있는 천재들만이 누릴 수 있는 직업’ 이라는 단정적인 생각이 강했다. 랭보나 실비아 플라스처럼.

시인 랭보의 인생을 다룬 영화 '토탈 이클립스'
자랑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본 기자도 어릴 때부터 ‘글빨 좀 된다’ 는 칭찬을 받으며 살아왔고 (돌은 던지지 마라.) 초등학교 때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으며 중학교 때는 노트에 쓴 소설을 반 친구들이 돌려보는 경지에 이르렀고 이때부터 작가를 꿈꾸기 시작했... 안 하던 자랑질 하려니 낯간지러워 더는 못하겠다.

거창한가? 아니다. 사실은 글을 잘 쓰지 못한다. 한번도 100% 마음에 드는 글을 써 본 적 없다. 작가가 된다는 건 꿈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더 준비가 되면, 조금 더 나 자신이 성숙해지면 그때 책을 한 권 써봐야지.’ 이렇게 미뤄둔 열망이 있었다. 사실 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막연하기만 했다. 국문과를 거쳐 국문과 대학원에 들어갔어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등단을 통한 데뷔 외에 작가가 되는 방법을 알 수 없었다.

   
그러니 ‘작가사냥’ 이라는 책을 보자마자 눈이 번쩍 뜨인 건 당연한 일이다. 이 책은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고 역설하는 책이었으니 말이다. 글쓰기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결코 폐쇄적인 세계가 아니다. 심지어 글을 잘 쓰지 못한다고 해도 재기발랄한 아이디어와 창의력만 있다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게 글쓰기다.

중학교 때 썼던 글들을 보면 ‘이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하고 놀랄 때가 많다. 그 허황되기까지 한 무궁무진한 상상력이라니...! ‘작가사냥’ 은 이렇게 조언하고 있다. “지금이 바로 기회다! 지금 글을 써라!” 즉 “지금 작가가 돼라” 는 것이다. 더 이상 작가는 꿈이 아니다. 작가라는 직업은 눈앞에, 현실로, 지금 다가와 있는 것이다. 손을 내뻗어서 잡기만 하면 된다. 그때 비록 내가 중학생이었을지라도.

아직 늦은 건 아니다. 책에 따르면, 일단 쓰기 시작해야 한다. 무엇을 쓸 것이냐, 라고 묻는다면 좋아하는 것부터 쓰기 시작하면 된다. 요리를 좋아한다면 요리법에 대해 써 보고, 여행을 좋아한다면 여행기를 쓰기 시작하면 된다.

대성중학교에 있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 자필 원고.
   
계획을 세워서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자신이 쓴 글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책 한 권이 만들어질 분량이 되면 제목을 뽑는다. 일단 글이 있어야 출판사에 보여줄 것 아닌가.

당신의 글이 즐겁고 재미있으며 충분히 읽힐 만큼 매력적이라면, 일단 인터넷 세계에서부터 조회수가 늘어나고 댓글이 달리기 시작할 것이다. 당신의 글에 달린 수 많은 응원 댓글들. 생각만 해도 신나는 일이지 않은가.

공개적으로 대중에게 자신의 글을 노출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작가가 되는 길이 열린다고 볼 수 있다. 대중에게 인정을 받으면 출판사들도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다. 물론 본인이 원고를 직접 보여주러 다니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작가사냥’ 은 작가가 되기 위한 순서도를 마음 속에 그리게 해준다. ‘글을 쓰는 순간부터 당신은 작가다’ ‘자기 안에 아이디어 공장을 지어라’ ‘글쓰기의 내공은 독서다’ 라는 소제목에서부터 뭔가 잡힐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작가를 진정 소원하고 있다면 이 작은 실마리가 큰 동아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꿈을 꾸고 있다. 시냇가에서 고래 잡는 상상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지만, 글 속에서는 그 모든 게 가능하다. 이 책을 접하고부터는 정말 가능하다고 믿기 시작했다. ‘전국민의 작가화’를 외치는 이 책의 요점도 비슷하다. ‘책을 읽어라’ 라는 지지부진한 말보다 ‘작가가 돼라’ 는 말은 충격적이고 참신하다.

할 게 없는가? 매일매일의 똑같은 일상이 지루한가? 작가가 돼라. 독서를 통해 글의 기교를 익히고 당신의 수 없이 많은 삶의 이야기들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감동을 나눠라. 본인의 이름 석 자가 달린 책이 책장의 한 부분을 장식할 때까지, 꿈☆은 이루어진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